매일신문

[사설] 한국에서 해고는 끝이라는 OECD 보고서

한국 근로자 중 매년 최대 113만 명이 비자발적으로 해고를 당하고, 이 중 1년 내에 재취업하는 비율은 43%에 불과하며, 해고 근로자 중 절반은 파산 또는 파산에 가까운 경제적 타격을 입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펴낸 고용 보고서 '일자리로 되돌아가기'이다.

새삼스러운 얘기도 아니지만 한국에서 '고용 유연성'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그리고 왜 한국에서 해고되면 그것으로 모든 게 끝인지의 이유를 수치로 확인시켜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보고서의 의의는 크다. 이런 종류의 해고 종합 보고서가 통계청 등 국내 공공기관에서 나왔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태만이거나 '고용 유연성'의 실체를 숨기려는 의도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재계는 한국에는 고용 유연성이 낮아 경영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매년 전체 근로자의 2.5~5%가 비자발적으로 해고되고 있는데 어떻게 고용 유연성이 낮다는 것인가. 공기업이나 일부 대기업 노조 등 힘있는 노조 소속 근로자는 그렇지 않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근로자는 고용 유연성이란 이름의 '해고 유연성'의 위협 속에 살아가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고용 유연성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유연함 못지않게 재취업 가능성이 높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직업 재교육 지원 프로그램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회안전망도 이름뿐이다. 실직 후 받는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의 소득 대체율은 32%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이런 상황에서 해고는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죽음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실은 오래전에 드러났는데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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