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떴다방 분양시장 호황에 진출 아파트 계약자 피해 속출

지난해 85㎡ 형 아파트를 산 김모(37) 씨는 요즘 속앓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떴다방'의 권유로 1천만원이나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매입했지만 웃돈은 고사하고 거래 자체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급전이 필요해 아파트를 되팔려고 하자 프리미엄은 아예 사라져 버렸다"면서 "주위에 나 같은 처지의 동료가 많다"고 했다.

최근 대구에 아파트 분양이 잇따르자 외지의 부동산 '떴다방'이 활개치면서 시장을 교란하고 실수요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관계기사 11면

'떴다방'은 미리 물량을 확보한 뒤 프리미엄을 조작하고 웃돈을 얹어 되파는 '치고 빠지기'식 수법으로 실수요자들의 정상거래를 해치는 것은 물론 아파트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떴다방은 수도권, 부산 등지의 외지자본이어서 지역자본의 역외유출 피해도 낳고 있다.

아파트 분양 단지에 떴다방이 진을 치면 실수요자들이 분양 물량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인기 있는 주상복합아파트나 오피스텔의 경우 어김없이 떴다방이 몰리고 청약률을 높여 실수요자들의 당첨 확률이 낮아지게 된다.

떴다방에 현혹돼 뒤늦게 막차를 탔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도 많다. 현재 계약이 진행되고 있는 A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10여 곳의 떴다방이 진을 치고 있고 최고 3천여만원까지 프리미엄이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최초 당첨자로부터 사들인 분양권을 실수요자들에게 부풀려 파는 탓에 실수요자들이 최소 500만원에서 많게는 3천만원까지 웃돈을 줘야 한다. 결과적으로 실수요자들의 정상적인 거래를 차단하게 된다"고 했다.

떴다방은 수요자뿐만 아니라 공급자에게도 피해를 입힌다. 떴다방이 청약률만 높여놓고 실제 계약은 기피하거나 무리하게 확보한 물량을 처분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시행사에 환불을 요청할 경우 건설업체들은 쌓인 미분양 물량을 소화하느라 애를 먹는다. 이 경우 그 기업은 수요자들에게 외면받게 되며 자연히 기업 이미지가 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부터 대구 부동산 시장이 살아난 요인 중의 하나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외지 자본이 몰린 영향이 크다"면서 "결국 떴다방을 경유한 자본들은 실수요자가 아닌 탓에 웃돈을 주고 아파트를 사게 되는 지역민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각 구청 단속관계자들은 "떴다방의 불법거래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막상 단속을 나가면 떴다방 천막에서는 홍보활동만 한다고 해 현장거래를 포착하지 않고선 단속이 어렵다"고 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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