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433년 한반도. 고구려와 백제, 신라가 '삼족정립'(三足鼎立)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당시 고구려의 왕인 장수왕이 427년 평양으로 천도하고 남진정책을 추진했다. 이에 위협을 느낀 신라와 백제는 고구려에 맞서 우호관계를 맺으며 나제동맹을 맺었다. 장수왕은 먼저 백제를 침략하여 475년에 백제의 수도 한성을 점령하고 개로왕을 죽이며 한강 유역을 차지했다. 이때, 신라는 1만의 구원군을 보냈다. 481년에 고구려는 신라를 공격하여 7성을 점령했다. 당시에는 백제가 신라를 도와 고구려의 위협을 방어했다. 공고해진 나제동맹은 551년 양국 연합군이 구성되며 고구려를 공격, 한강 유역을 빼앗았다.
#1580년이 흐른 2013년 대한민국. 삼국시대 당시의 일이 똑같이 재현되고 있다. 해방 후 수도권과 영호남의 정치적 경제적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1990년 이후 수도권 공화국이 영호남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돈과 사람, 권력이 수도권으로 집중된 나머지 영호남은 불모지가 되어가고 있다. 수도권은 면적이 전 국토의 11%밖에 되지 않지만 토지값은 전체의 66%를 차지한다. 인구도 절반가량이 몰려 있다. 정치, 행정, 경제, 문화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일극 체제. 영호남이 수도권의 식민지로 전락했다는 말까지 나돈다. '지방도 살아야 한다'는 절박감에 영호남의 대표 도시인 대구와 광주가 손을 잡기 시작했다. 신나제동맹. 즉 달빛동맹이다.
◆수도권 일극 체제 '맞짱'
신공항 유치를 앞두고 밀양을 밀던 대구경북과 가덕도를 밀던 부산, 그리고 이를 무산시키려는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인사들과의 갈등이 고조되던 지난 2011년 2월 16일. 대구는 뜻밖의 원군에 쾌재를 불렀다.
광주를 비롯한 호남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이날 대구를 방문해 밀양신공항 지지 선언을 했다. 관광희망포럼, 광주'전남'전북 신체장애인복지회 등 호남지역 20여 개 시민'사회단체 소속 120여 명이 참가했다. 당시 전라남도 신체장애인복지회 차승환 회장은 "신공항 건설은 보다 많은 국민이 혜택을 보아야 하며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상생이 최우선되어야 한다. 밀양신공항이야말로 영호남이 상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고 밀양공항을 통한 지역 발전의 의미를 강조했다. 관광희망포럼 임승규 전남대표도 "곧 88고속도로가 확장, 개통되어 영'호남의 거리가 더욱 가까워진다. 밀양신공항이 열악한 지방경제 활성화는 물론 동서 화합의 장이 될 것이다"고 했다. 2009년 시작된 달빛동맹이 '위력 시범'을 보인 첫 케이스다.
'분지의 내륙도시, 지역내총생산(GDRP) 꼴찌, 멈춰버린 성장엔진….' 오늘날 대구와 광주는 같은 처지다. 선거 때마다 갈등을 빚고 있지만 사실상 경제적으로는 두 지역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독자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다. 앞으로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할 현안도 산적해 있다.
광주의 지원에도 불구, 실패한 신공항 유치를 다시 성사시켜야 하고 3D융합사업(총사업비 3천266억원)과 미래형 치과산업벨트사업(총사업비 2천16억원)도 성사시켜야 한다. 또 대구'광주 '시민의 기념숲'도 조성하고 2017년 제4회 WBC 공동유치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김태일 교수는 "지금껏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나눠먹기식에 불과했다. 대구와 광주는 물론, 필요하다면 부산까지 힘을 합쳐 수도권 일극에 대항하는 양극 체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남부권이라는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내륙철도 사업이나 88고속도로 등의 사업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달빛동맹 '반짝반짝'
김범일 대구시장은 18일 오전 광주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했다. 대구경북지역 현역 광역자치단체장 중에선 최초다. 또 이재술 대구시의회 의장과 송세달 부의장 등 의회 관계자도 함께했다. 실제 박근혜정부 들어 '달빛동맹'을 강화하고 있는 대구와 광주가 '5'18 기념식'을 계기로 각종 공동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말부터는 양 지역에 '시민의 기념 숲' 조성이 시작된다. 대구에 조성되는 '광주 시민의 기념 숲'은 두류공원에 무등산국립공원의 주상절리대(입석대) 조형물과 5'18민주화운동 기념물, 시목인 은행나무 등이 식재된다. 광주에 조성되는 '대구 시민의 기념 숲'은 북구 오룡동 '광주 시민의 숲' 내 1천㎡ 규모의 부지에 대구시를 상징하는 팔공산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이팝나무, 모감주나무(대구기념물 8호)를 심는다. 또 시민의 숲에 이르는 길을 '달빛동맹의 길'로 명명하고, 포토존도 함께 조성한다. 또 6월 13일부터 4일간 대구 EXCO에서 열리는 대구국제식품산업전에는 '달빛동맹관'이 들어선다. 여기에는 광주 지역 대표 식품인 김치를 선두로, 식품 관련 업체 10여 개사가 참가한다.
앞서 지난 3월에는 강운태 광주시장과 김범일 대구시장이 근무지를 맞바꿔 상대 도시의 '일일 시장'을 하면서 '달빛동맹'을 과시했다. 지난달에는 광주시의회와 대구시의회가 양 도시 공동 발전을 위한 상호교류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두 도시는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공동유치 ▷88고속도로 조기 확장 ▷미래형 치과벨트 공동 구축 등 5개 분야 12개 사업이 담긴 '달빛동맹 어젠다' 사업을 공동 발굴해 추진 중이다.
이재술 시의회 의장은 "대구와 광주는 내륙도시라는 불리한 지리적 여건과 GRDP가 전국에서 가장 낮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비정상적인 비대화를 막기 위해 대구와 광주의 공동 대응과 연대가 절실한 만큼 달빛동맹을 더욱 강화해 상호 발전할 수 있도록 의회 차원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민간교류도 확대
문화'예술'스포츠 등 민간 분야에서의 교류도 활발하다.
이달 7일 오후 7시 대구 중구 덕영치과에서는 영'호남 지역 대학생들이 동'서 간 상생과 화합의 의지를 다지는 특별한 행사를 가졌다.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에는 임내현 민주당 국회의원과 송세달 대구시의회 부의장, 경북대 강호율 학생처장, 대구시청 공무원, 경북대, 전남대 등 영'호남 지역 대학생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두 지역의 초'중'고'대학 야구팀과 프로야구팀이 경기를 갖는 정기 교류전도 추진된다. 대구와 광주가 영'호남을 대표하는 '야구도시'인 만큼 매년 친선 야구 경기를 개최해 양 지역의 벽을 허물어 보겠다는 것. 프로야구 시즌이 끝난 뒤 양 지역을 대표하는 초'중'고'대학 각각 1개 팀과 프로팀(삼성'기아)의 야구 교류전이 시도된다. 앞서 두 도시는 국가별 야구 경기인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공동으로 유치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대구시의사회와 광주시의사회에서도 수년째 상호 교류를 해오고 있다. 두 단체는 대구와 광주를 오가며 봉사모임이나 골프 등으로 매년 정기적으로 우호를 다지고 있다.
광주와 대구를 오가며 언론사 기고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톤 숄츠 코리아 컨설트 대표는 "달빛동맹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정서적인 측면에서 서로 이해와 공감을 넓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동안 두 지역은 정서적인 측면에서 오해가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민간교류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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