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환위기 연대보증 11만명 구제된다

7월부터 원금 40∼70% 감면…최장 10년 분할 납부 허용

금융당국이 외환위기 당시 부도율이 급증하던 시기(1997년∼2001년)에 중소기업에 대해 연대보증한 채무자 11만여명을 오는 7월부터 지원하기로 했다.

일부 연대보증채무자의 경우 금융회사들이 보증채무를 지고 있다는 사실을 공유(은행연합회 관리, '법원의 결정에 따른 채무불이행 정보')해오면서 지금까지 금융거래상 불이익을 받아왔다.

이에 정부는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본인의 채무가 아닌 연대보증채무로 인해 장기간 경제활동에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돕기 위해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15년이나 지난 시점에 신용불량자들을 회생시키기로 함에 따라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가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오후 외환위기 당시 연대보증을 섰다가 빚을 떠안은 서민들의 연체정보 및 불이익 정보를 삭제하고 아직까지 상환하지 못한 보증채무를 조정(최대 70%)하는 내용의 '외환위기 당시 연대보증채무자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구제대상은 연체정보 등 불이익 정보 등록자 1천104명, 연체된 보증채무 미상환자 11만3천830명이다. 총채무액은 13조2천420억원이다.

채무원금이 10억원 이하인 경우 채무금액을 연대보증인 수로 나눈 뒤 그 원금의 40~70%를 감면해준다. 최장 10년까지 분할 납부할 수 있다. 채무조정을 하더라도 상환할 수 없는 수준으로 채무부담액이 많다고 판단되면 채무부담액 최고 한도를 별도로 산정한다. 질병, 사고 등으로 정상 상환이 곤란하다고 인정되면 최장 2년까지 상환을 유예할 수 있다. 채무조정으로도 상환이 불가능할 경우 개인회생, 파산 등을 유도할 예정이다.

정부는 채무 조정자에 대해 취업 성공 패키지 사업, 소상공인 창업학교 등을 연계해 취업, 창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대상자는 7월 1일부터 올해 말까지 한국자산관리공사 본사·지점을 통해 구제 신청을 하면 된다.

이 같은 정부조치에 대해 금융권에선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어려움에 처한 서민들의 정상적인 금융생활 복귀를 돕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 은행이 보유한 연대보증인의 신용관리정보를 삭제하면 이들의 정상거래를 유도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고 신용불량자 구제를 통해 서민 가계의 어려움을 덜고 경제를 활성화한다면 장기적으로 은행의 건전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채무 구제방안을 자꾸 내놓다 보면 어려움 속에서도 성실히 빚을 갚는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뿐 아니라 채무자들이 상환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구제를 기다리는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22일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서울 투자은행(IB) 포럼' 참석 직전 기자들과 만나 "연대보증 구제는 가치의 문제"라며 "구제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의지를 밝혔다.

유광준기자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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