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2월 초, 소련의 얄타(지금은 우크라이나)에서 미'영'소 정상회담이 열렸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 질서를 논의하기 위한 중요한 회담이었다. 얄타는 흑해 연안의 아름다운 휴양 도시로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 공산당 서기장이 회담 분위기를 주도하려고 회담 장소로 제안했다. 이 무렵 병이 깊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의료진의 강한 반대를 물리치고 얄타에 가는 데 동의했다. 루스벨트는 배로 4천883마일을 항해하고 전용기로 1천375마일을 비행하고 나서 공항에서 얄타로 이동하는 데 자동차 속에서 다섯 시간을 더 보내야 했다.
결과적으로 이 여행이 소련에 유리한 회담 결과를 낳았고 루스벨트의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을 갉아먹었다. 루스벨트는 온 힘을 다해 회담에 임해 전승 4개국에 의한 독일 분할 점령, 국제재판을 통한 나치 전범 처리 등에 합의했으나 폴란드 영토 일부의 소련 병합 등을 양보하고 말았다. 루스벨트는 얄타 회담이 열린 지 2개월 후 사망했다. 함께 회담에 참석했던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나중에 얄타는 세계에서 더 나쁜 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좋지 않은 장소였다고 회고했다.
정상회담 개최지는 얄타의 예에서 보듯 때때로 성과를 좌우할 정도로 결정적이다. 이 때문에 유리한 장소를 정하기 위한 기 싸움이 벌어지거나 오히려 장소를 양보함으로써 주도권을 쥐려고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과거에 장소에 구애 없이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던 사례가 그에 해당한다. 양측에 공평하게 제3국에서 열리거나 회담의 무게를 덜고자 휴양지에서 열리는 일도 있다. 1989년 조지 H.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냉전 종식을 선언한 역사적 회담은 지중해의 섬나라 몰타에서 열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달 7일과 8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백악관과 대통령 별장인 미국 동부의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이 열린 적은 많으나 서니랜즈에서는 첫 번째 정상회담이다. 이 시기에 두 정상의 동선을 고려해 이곳으로 결정됐다고 한다. 북한 핵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어서 우리로서도 중요한 회담이다. 휴양지의 편안한 분위기를 고려, 두 정상이 격식을 차리지 않고 만난다고 하니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