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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 절도 늪에…어느 10대의 슬픈 가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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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청소년의 엇나간 인생

A(19) 군은 지난해 12월쯤 함께 살던 삼촌 집을 나왔다. 갈 곳이 없던 A군은 대구 동구 신기동 한 아파트의 보일러 창고에 몰래 들어가 생활했다. 보일러에서 나오는 열기로 한겨울 추위를 견뎠다. 아파트 주민의 눈에 띄면 다른 동의 보일러 창고로 옮겼다.

겨울 추위는 매서웠고 배는 고팠다. A군은 올해 1월 5일부터 신기동 한 마트를 찾아 먹을 것을 훔치기 시작했다. 냉동만두와 햄버거 등 허기를 채울 식료품을 옷 안에 넣어 훔쳤다. 이렇게 시작된 도둑질은 5월 4일까지 40여 차례에 걸쳐 270여만원어치에 달했다. A군은 또 2월 19일부터 5월 27일까지 율하동과 신기동의 아파트 단지를 돌며 자전거 13대(140여만원 상당)를 훔쳤다. 훔친 자전거는 고물상이나 자전거 가게 등에 팔았고, 그 돈으로 생활을 이어가다 지난달 27일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5일 동구 일대 아파트 단지와 마트를 돌며 상습적으로 자전거와 냉동만두 등을 훔친 혐의로 A군을 구속했다.

여섯 살 때 어머니가 자살하면서 A군의 인생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그 충격으로 집을 나간 아버지는 지금까지도 행방불명 상태다.

A군의 아버지는 중소 청바지 회사를 운영하던 사장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회사가 급격하게 흔들렸고 결국 부도가 났다. A군의 가족은 넓은 집에서 화장실 하나를 여러 가구가 함께 쓰는 공동주택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 아버지는 재기를 노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기울어진 가세로 인해 부부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와 아버지는 심하게 다투었고, 다음날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머니를 A군이 발견했다.

이후 A군과 두 살 아래 동생은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됐다. 하지만 할머니마저 A군이 여덟 살 되던 해 급성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A군은 삼촌 집에 맡겨졌고 동생은 보육원에 보내졌다. 중학교까지 나온 A군은 방수(防水) 일을 하는 삼촌을 도왔다. 삼촌을 따라다니며 물이 새는 건물을 수리하는 일을 했다. 하지만 그림에 재주가 있었던 A군은 만화가가 꿈이었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로 삼촌에게 대들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겨울 삼촌 집을 나오게 됐고, 절도 범죄까지 저지르게 된 것.

사연을 전해 들은 담당형사는 안타까운 마음에 사비를 들여 유치장에 있는 A군에게 계란 등 먹을 것을 따로 넣어주었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은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형사에게 다짐했다. 교도소에서 풀려나 찾아오면 좋아하는 만화를 그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A군에게 약속했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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