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옛 옥터에는 성당·교회가 왜 많을까?

대구교정청 '옥터 답사기' 출간

대구 중구 대안동 천주교 대안성당에 자리한 경상감영의 옥터. 한 시민이 형틀로 사용된 기구를 들어 보이고 있다. 대구지방교정청 교정역사기행동호회인
대구 중구 대안동 천주교 대안성당에 자리한 경상감영의 옥터. 한 시민이 형틀로 사용된 기구를 들어 보이고 있다. 대구지방교정청 교정역사기행동호회인 '교정길벗'이 최근 펴낸 '영남지역 전통 옥(獄)터 조사 및 답사 기록'에 따르면 옛 옥터에는 유독 종교시설이 많이 들어서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교정 공무원들이 영남지역의 옥(獄)터에 대해 조사하고 답사한 내용을 담은 책자 '영남지역 전통 옥(獄)터 조사 및 답사 기록'(사진)을 발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지방교정청(청장 임재표) 교정역사기행동호회인 '교정길벗' 회원 17명은 일제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전통 원형옥의 흔적을 찾아내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10개월 동안 대구경상감영 옥터를 비롯한 영남지역 17개 지역 옥터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직접 답사하면서 조사한 결과를 책으로 생생하게 엮어냈다.

특히 이들은 현장 답사를 통해 옛 옥터 자리에 유독 성당, 교회 등 종교시설이 많이 들어서 있는 사실도 밝혀냈다. 실제 대구경상감영 소속 2개의 옥 중 하나인 좌옥(左獄)터에는 서문로교회, 우옥(右獄)터에는 과거 사찰이 세워졌다가 지금은 천주교 대안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또 조선 전기 경상감영이 있었던 상주옥터 옆에는 현재 동산교회가 세워져 있다는 것.

이들에 따르면 옥은 인류가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면서 사회 내 질서유지를 위한 권력이 등장한 시기부터 존재하였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와 달리 원형옥(圓形獄)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구금시설을 고대국가부터 1910년대 초까지 오랜 기간 축조'사용해 온 것으로 조사 결과 확인됐다. 왕조가 수차례 바뀌고 종교가 새로 생성되거나 유입되는 등 영향을 받을 만한 변화가 있었지만 옥은 한결같이 원형옥 한 가지 형태를 유지해 왔다는 것.

이처럼 원형옥을 사용해 온 것에 대해 우리나라 전통 형사사법사상인 휼형정신(恤刑精神)과 인본주의(人本主義)에 그 뿌리가 닿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원형옥엔 '우주(宇宙)를 상징하는 원형의 옥에 죄인을 수용하면 우주의 섭리에 의해 죄인들이 스스로 교화된다'는 상징성을 담고 있다는 것.

그러나 우리나라의 독특한 형벌 문화재인 원형옥은 일제강점기인 1910년대 초 일제가 조선의 민족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전국의 읍성(邑城)과 관아(官衙)를 강제 철거하는 과정에서 모두 훼손,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옥터 연구의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대구지방교정청 임재표 청장은 "옥터를 조사하고 답사하면서 형벌 집행 과정에서 우리 선조들이 가졌던 인본 중심의 형벌 정신과 죄인을 불쌍하게 여기고 죄인을 살리고자 노력했던 휼형사상(恤刑思想)을 느낄 수 있었다"며 "이러한 선조들의 정신이 후대에도 전승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를 한 권의 책으로 엮게 됐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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