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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라이온즈 '기부천사' 차우찬…좋은 일 하니 성적도 쑥쑥

독거노인 돕기에 5천만원을 기부한 차우찬. 굿맨 페이스북
독거노인 돕기에 5천만원을 기부한 차우찬. 굿맨 페이스북
대구시민야구장 앞에서 사인회를 하고 있는 차우찬. 삼성 라이온즈 제공
대구시민야구장 앞에서 사인회를 하고 있는 차우찬.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왼손 투수 차우찬(26)이 지난달 16일 비영리봉사단체인 '굿맨'에 5천만원을 쾌척했다. 지인이 활동하는 이 단체가 홀몸노인센터를 건립한다는 소식을 듣고 5천만원을 기부한 것이다. 차우찬의 올해 연봉은 1억3천만원. 자신의 연봉 38.5%를 뚝 떼 남을 돕는 일에 쓴 차우찬의 행동에 칭찬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큰일을 하면서 부모는 물론 구단, 동료에게도 알리지 않고 남몰래 선행을 실천했다.

결혼도 하지 않은 20대 중반의 청년 차우찬. 갖고 싶고 하고 싶은 것 많은 나이에, 또 미래를 위한 준비에 차곡차곡 통장 잔고를 늘려야 할 시기에 자신의 연봉 절반 정도를 남을 위해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그는 올해 연봉은 지난해보다 4천만원이나 깎였다. 연봉이 늘어났으면 모를까 오히려 큰 금액이 깎인 상태라면 씀씀이를 줄이게 마련이지만, 차우찬은 매년 조금씩 모은 돈과 계약금 일부를 합쳐 5천만원이라는 통 큰 기부를 했다. 차우찬은 2011년 처음으로 1억원(1억500만원)대 연봉대열에 합류했고, 2012년엔 1억7천만원을 받았다.

그의 기부는 '굿맨'이 지난달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단체 내부 방침상 기부금 후원은 받지 않지만 홀몸노인 자선프로젝트에 사용해 달라는 차우찬 선수의 부탁으로 후원이 이뤄졌다. 소중하게 쓰겠다"고 밝혀 세상에 알려졌다.

차우찬은 "초등학교 때 세상을 떠난 할머니께서 생전에 저를 정말 아끼셨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포근한 느낌'을 받는다. 최근에 지인을 통해 굿맨의 류지훈 대표를 알게 됐고, 저 또래인 그가 좋은 일을 하고 있어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손을 보태게 됐다"고 말했다.

차우찬은 여기저기 자신의 행적을 알리는 요란도 떨지 않았다. 그의 선행을 알게 된 부모는 차우찬에게 "알뜰하게 모았네. 좋은 일 했다"고 칭찬했다. 그의 선행을 뒤늦게 안 삼성 구단 관계자는 "기특한 일을 했다. 구단의 이미지를 높였다. 다른 선수에게 선행을 강요할 수는 없으나, 내년 연봉책정 때 이를 참고할 것"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차우찬의 성적은 기부 후 수직상승하고 있다. 올 시즌 불펜에서 활약 중인 그는 기부 후 18⅔이닝 동안 3실점 하며 4승1패를 올리는 등 13일 현재 5승2패를 기록하고 있다.

매년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프로야구 선수들의 연봉이 공개된다. 지난해 700만 관중 시대를 연데다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합류로 올해 프로야구 선수들의 연봉 총액은 늘었고, 선수 평균연봉 역시 9천496만원에 달했다. 그중에서도 1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가 121명이고 5억원 이상도 15명이나 된다.

그러나 선수들의 기부 횟수가 증가했다는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종종 기부 소식이나 재능기부 뉴스는 들리지만 대부분 구단이나 협회 차원의 기부 및 사회 환원일 뿐 선수 개인의 기부는 손에 꼽힐 정도다.

프로야구 선수의 연봉은 그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지만, 그들을 응원해 준 야구팬들도 연봉 상승에 이바지했다. 프로야구가 국민스포츠로 확고히 자리를 잡으면서 선수들 역시 이제는 그라운드에서만이 아니라 허투루 행동거지를 할 수 없는 공인으로서 사회적 책임도 갖게 됐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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