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문화재단 업그레이드하자] <하>설립 취지 맞게 역량 강화를

대구시 행사 들러리 벗고 문화예술 '홀로서기' 해야

# 관행적 사업 반복 시행 그만

# 정부의 바뀐 문화지형 맞춰

# '집중과 선택' 목표 세울 때

설립 4년이 지난 대구문화재단(이하 재단)은 그동안의 역할과 위상, 잘한 것과 더 키워야 할 점 등을 평가해야 할 시점이다. 대구문화재단은 '예술 향유 및 예술인에 대한 지원, 그리고 고유의 문화사업 기획 및 실행, 그리고 지역 문화시설의 운영 및 관리'가 설립 취지이다. 이 취지대로 재단이 가고 있는지 점검해 볼 시점이다.

◆대구시는 간섭 대신 독립성 보장해야=재단은 지나치게 대구시의 간섭을 받아왔으며 심지어는 '문화예술과 산하 하부조직'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들린다. 대구문화예술현장실무자정책네트워크 손병열(예술마당솔 사무국장) 씨는 "현재 재단의 가장 큰 문제는 대구시에 종속돼 있다는 점"이라면서 "행사, 사업 모두 대구시의 요구에 의해 진행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문화관계자는 "대구시는 재단의 가치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대구시 공무원 몇 명이 하던 일을 재단이 대행하는 것뿐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문화지형은 크게 변하고 있다. 정부의 문화정책 지원은 점점 더 세분화되고 있고, 그에 따라 재단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재단의 대표 이사는 조직 내 직원들에 대한 근무평가를 할 수 없다. 근무평가는 대구시 공무원이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산을 사용할 수도, 직원을 충원할 수도 없다. 이런 풍토에서 자긍심이 생겨나기 어렵다는 것이 재단 내부의 목소리다.

◆자체 역량 강화=재단의 직원 수는 30명 내외다. 이 가운데 8명을 제외하고 계약직이다. 그러다 보니 매번 신규 사원이 사업을 담당하게 되고, 자연히 역량이 쌓일 수 없는 구조다. 재단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은 관행적으로 시행되어온 사업의 반복 시행, 분절되고 연계되지 못하는 사업 시행으로 내부 직원들의 역량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화계의 진단이다.

독자적인 정책을 연구, 개발해야 하지만 이것 역시 내부에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오동욱 팀장은 "전국 단위 문화정책 관련 포럼이나 세미나 등이 자주 열린다. 여기에 가서 재단을 홍보하고 또 전국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직원이 없다. 재단 직원뿐만 아니라 예총, 관련 전공 교수 등이 밖으로 나가 전국 문화의 흐름을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단의 중장기 계획 필요=현재 재단의 업무 대부분은 대구시와 정부 업무의 대행 역할이다. 그래서 '예술 향유 및 예술인에 대한 지원' 부문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실시한 문화예술진흥사업 평가 결과, 재단은 지난해와 올해 전국 최고 등급을 받았다. 반면 '고유 문화사업의 기획 및 실행' 분야에서는 뚜렷한 실적이 보이지 않는다. 중장기적으로 끌고 갈 만한 문화계가 합의한 분명한 목표가 없다는 것. 한정된 기금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목표'가 필수적이다.

재단이 진행하고 있는 '10대 문화사업' 중 일부 사업은 대구 문화 토대와 잘 맞지 않아 '생뚱맞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나왔다. 재단 관계자의 개인적 취향이 지나치게 반영됐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제는 '집중과 선택'을 분명히 해서 목표를 좁혀나가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사)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회 대구지회, (사)예술마당솔 등 8개 예술단체가 성명을 통해 "재단은 예술생태계의 심층 파악과 명확한 목적성 사업을 설정해 대구시의 경직된 문화정책과는 다른 참신한 중장기 문화예술 비전을 마련하라"고 한 요구는 귀담아들을 만하다. 대구 예술계의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기반으로 재단의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할 때라는 것이 문화계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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