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엄마의 사랑과 보살핌이 지금도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엄마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대구 동구 검사동 한국SOS(Save Our Souls)어린이마을의 SOS어머니에게 편지 한 통이 왔다. 40여 년 전 품으로 키웠던 아이가 50대 여성이 돼 연락이 온 것. SOS어머니는 당시 결핵을 앓던 아이를 위해 몸에 좋다는 음식을 챙기고 간호하는 등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하지만 이후 아이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방황을 겪다 SOS어린이마을을 중도에 퇴소했다. 그로부터 40여 년 만에 고마움의 마음이 담긴 편지가 도착한 것이다.
가족을 잃거나 버림받은 어린이에게 따뜻한 '가정의 품'이 되어준 한국SOS어린이마을이 올해로 50년을 맞았다. 가정 형태의 양육시설인 SOS어린이마을은 안전하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경험하게 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다. 특히 '아동 친화적인 환경'과 '안정을 취하고 애정이 깃든 가정'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가치를 두고 있다.
◆비유럽권 최초로 대구서 설립
SOS어린이마을은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시작됐다. 오스트리아 출신 선교사인 하 마리아 여사는 1960년 대구 남부경찰서에 구두닦이와 넝마주이 소년 20여 명을 모아 근로소년단을 꾸려 함께 생활했다. 1962년 하 마리아 여사는 국제SOS어린이마을 창설자인 헤르만 그마이너에게 한국SOS어린이마을 설립을 제안했다.
그마이너는 설립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쌀 한 말을 오스트리아로 가져가 "쌀 한 톨로 한국의 어린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렇게 마련한 기금으로 대구 검사동에 2층 단독주택을 짓고 고아 17명과 구두닦이 소년 20명이 6가정을 이뤄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국SOS어린이마을은 1963년 비유럽지역에선 최초로 대구에 세워졌다.
지난 50년 동안 어린이 1천200여 명이 마을을 거쳐 갔고 그 중 대구에서만 500여 명을 배출했다. 현재 대구SOS어린이마을에 80명(남자 46명, 여자 34명)이 11가정을 이루어 생활하고 있다. 미취학 어린이가 12명, 초등학생 17명, 중학생 26명, 고등학생 14명, 대학생 3명 등이고, 고등학교 졸업 후 직업훈련 중인 3명이 있다. 이 밖에도 서울SOS어린이마을에 72명, 순천SOS어린이마을에 78명이 지내고 있다.
◆어머니'형제자매 '끈끈한 애정'
SOS가정을 이끄는 사람은 SOS어머니다. SOS어머니는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56세까지 30여 명의 어린이를 돌본다. 가정을 꾸려가는 양육전문가이자 정서적 동반자로서 어머니는 집안 살림과 학업, 교육, 심리와 정서적인 부분에서 함께 울고 웃는다. 현재 대구에 11명이 있고 서울에 5명, 순천에 9명이 있다. 은퇴한 SOS어머니는 대구가 15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과 순천에 각각 8명과 4명이 있다. 전 세계 133개국에 5천300여 명의 SOS어머니가 활동하고 있다. SOS어머니들은 은퇴하더라도 장성한 자녀들의 혼주가 되기도 하고 명절이면 손주들을 맞아 세뱃돈을 넉넉히 주는 할머니가 된다.
한 SOS어머니는 "돌이 지난 우리 막내가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엄마를 알아보고 반갑게 미소를 짓고 우리 집 아이들이 동생을 예뻐하고 챙겨주는 모습을 볼 때 누가 뭐라 해도 가족임을 느낀다"고 했다.
SOS어린이마을은 어린 시절의 경험과 형제자매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린 시절의 경험처럼 지속적으로 우리의 삶에 흔적을 남기는 것은 없기 때문. 아이들은 서로를 보살피면서 가족 간의 정을 쌓아간다. 이모(11) 군은 "가족들과 바닷가 여행에서 즐거운 물놀이와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와 추억을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했고, 김모(9) 양은 "해질 무렵 엄마와 동생들과 함께 그네를 타며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장모(10) 군은 "엄마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집 앞에서 동생을 돌봐주고 있을 때가 제일 신난다"고 했다.
◆'자립'돕는 교육'생활지원
SOS어린이마을은 어린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SOS어린이마을 내 가정에서 지내는 것보다 더 많은 세월을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은 자기결정과 평등의 열쇠'라는 취지 아래 '빌리지 스쿨'을 통해 학년'수준별로 맞춤형 교육을 한다. 교과 보충과 함께 다양한 체험학습과 문화강좌를 경험하게 된다. 지난해 5월엔 마을 내 해바라기도서관을 개관했다.
이에 앞서 1996년 사회에 진출하는 청소년들이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독립된 주거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검사SOS자립생활관과 삼덕SOS자립생활관을 세웠다. 이곳에서 대학생활과 취업준비는 물론 직장생활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 취업지도와 직업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청소년 인턴십과 직업박람회를 통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역사회'해외도 지원
지역사회의 이웃 가정이 자립하는 데 필요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1999년 정서장애아동들의 교육과 심리 상담을 위해 SOS아동복지센터를 세워 방과 후 보호와 급식을 제공하고, 지역의 어린이들을 위한 심리 상담 및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4년에는 SOS아동보호센터를 열고 대구지역에서 발생하는 기아와 미아, 미혼모 아동 등 위기 상황에 놓인 어린이를 보호하며 심리치료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280여 명의 어린이들이 보호를 받고 가정으로 복귀하거나 시설보호로 안내받았다.
해외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2010년부터 3년간 매년 몽골의 어린이 270여 명과 90가구의 가족들에게 교육과 의료 등 지원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 밖에도 2007년 쓰나미와 2010년 파키스탄 홍수, 2010년 아이티 지진 등 자연재해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 대한 복구사업을 돕고 있다.
한국SOS어린이마을 본부장 박상호 신부는 "50년 전 '세상의 모든 어린이는 우리의 어린이다'라는 신념으로 SOS어린이마을을 세웠다"며 "넓은 정원과 나무 그리고 좋은 집은 어린이들이 자라기에 최고의 환경이며 그 안에 형제자매의 우애와 어머니의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이루고 있다"고 했다.
한국SOS어린이마을은 이달 22일 50주년 행사를 연다. 이날 감사'공로패 전달과 '함께하는 여정' 의제 선포, 축하공연 등이 계획돼 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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