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부실한 검시 체계가 부른 '지향이'의 비극

생후 27개월 여아의 의문사인 '지향이 사건'은 한마디로 아동 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과 부실한 검시 체계가 빚은 비극이다. 생모의 학대와 방치로 어린 생명이 죽어가는데도 사회적 구호의 손길은 전혀 미치지 못했고 직무를 망각한 엉터리 검안의 때문에 아이를 두 번 죽이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뒤늦게나마 전모가 드러나면서 관련자들이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지만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또다시 이런 일이 반복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변사 사건에 대한 조치가 너무 허술하다. 당초 경북대병원은 '급성 외인성 뇌출혈'로 사망진단을 했음에도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은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검안의의 자질 문제는 더 심각하다. 검안의가 시신도 보지 않은 채 '병사'로 엉터리 검안서를 작성한 것은 의사 직무와 윤리를 포기한 것이다.

이 검안의는 10여 년 전 검안서를 조작했다가 면허가 취소된 의사다. 이런 문제의 의사가 어떻게 검안의로 다시 활동할 수 있었는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검안의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인을 뒤바꿀 수 있는 허술한 구조에다 확인 절차도 없이 검안서 한 장으로 끝나는 부실 검시 체계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이런 부실한 검시 체계가 유지돼 오면서 과연 지향이와 같은 억울한 죽음이 전혀 없었다고 장담할 수 있나. 당국은 당장 무사통과식의 시스템을 뜯어고치고 잘못된 부분은 즉시 바꿔야 한다. 사망진단과 검시 각 과정에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절차나 의무를 저버릴 경우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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