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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학의 시와 함께] 반딧불-한양명(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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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보름을 살기 위해

일 년을 기다리다 우화羽化해서는

생에만 전념하기 위해 단식

스스로 입을 닫아 버린다

그리하여 순정한 형광螢光

빛으로만 말하고 빛으로만 사랑해서

사랑이 다하고 수백의 후생後生이 태어나면

목숨마저 미련 없이 거두어 버린다

그 결연한 삶과 사랑을 알기에

달빛도 한쪽으로 비켜서는 밤

반딧불 한 마리 머리 위에 앉는다

세상이 다 환하다

-시집 『허공의 깊이』(애지, 2012)

반딧불의 본명은 반딧불이다. 누추한 데서 산다고 개똥벌레라고도 한다. 형광의 불빛만을 가리킬 때 '반딧불'이라고 한다.

헛, 그, 참, 내, 원. 대저 이런 반딧불이의 삶과 사랑을 대체 세상의 어떤 사랑에 비유해야 옳을까. 날개를 달고부터 기껏해야 보름동안 살면서 식음을 전폐한 채 사랑만 하고 후세를 내면 곧장 죽어버리는 이 벌레의 사랑. 지난 주말이었다. 여름밤도 깊어가는 간재종택에서 반딧불이 군무를 보았다. 종손이 손님들을 위해서 낮에 채집해 둔 것을 풀어 깜짝쇼를 한 것이다. 누마루 가득 채운 연둣빛 무리를 바라보며 동심에 젖었다.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중 이만 한 것도 아마 드물 것이다.

느리게 밝아지고 천천히 어두워지며 점멸을 반복하는 아련한 반딧불을 생각하면 막연한 안타까움 같은 것이 묻어나곤 했다. 그것이 사랑의 신호인 것을 알고 나니 더욱 그렇다. 어제는 슈퍼 문이 떴다. 실제로는 1년에 3.8센티씩 멀어지는 달이라는데 그 옛날에는 얼마나 컸을까 생각해본다. 반딧불이가 지천이던 그 시절도 생각해 본다. 우리가 다 아는 아주 가까운 옛날일이다.

시인'artand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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