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주미 한국 대사관을 비롯해 38개국 공관을 도청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NSA의 개인 정보 수집 실태를 폭로했던 전 중앙정보국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문건을 통해서다. 그동안 '설마'했던 도청설이 내부 고발자의 폭로로 만천하에 모습을 드러냈다.
도청은 전방위로 진행됐다. 이번 폭로 문건은 2010년 9월에 작성된 것에 불과하다. NSA가 목표로 삼은 38개국에는 기존 적대국과 중동 국가는 물론 한국'일본'프랑스'독일 등 전통 우방 국가와 EU 기구가 망라돼 있다. NSA는 주미 외국 공관의 전자 통신 장비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거나 특수 안테나로 케이블을 도청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각국 대사관 도청 작전에는 '블랙풋' '워배시' 등 고유의 암호명까지 붙여가며 통신 내용을 감청했다.
도청의 대상이 된 나라들이 분노하고 있다. EU는 미국에 '분명하고 거짓 없는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진행 중인 자유무역협정 협상의 연기 또는 취소까지 거론하고 있다. 독일 검찰은 불법 도청과 감시 혐의로 미국 정보기관을 기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는 해킹의 피해자라는 중국 측의 주장도 설득력을 얻게 됐다.
이번 미국 NSA의 도청 사건은 국제적인 상식의 선을 넘어섰다. 미국의 리더십에도 상처를 입게 됐다. 그럼에도 미국은 다른 나라가 수집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외국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며 어물쩍 넘어가려 하고 있다. 피해국인 한국 대사관이 '공식적으로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며 한 걸음 물러서 있는 것도 유감이다. 한국도 미국에 분명한 해명을 요구해야 한다. 도대체 어떤 정보들을 미국이 몰래 수집했는지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 정보를 지키는 것이 국익을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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