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발달의 부산물인 문명의 이기(利器)는 늘 선악이 함께하는 양날의 칼이다. 생활에 편리하려고 만든 것이 오히려 개인과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 때때로 악의 날은 선의 날을 압도해, 다이너마이트나 핵처럼 인간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기도 한다. 한자인 이(利)에 이롭다는 뜻과 날카롭다는 뜻이 함께 있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현명한 중국인들은 이로운 것이 때로는 자신을 찌르는 날카로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은 듯하다.
요즘 일상생활에서 흔히 만나는 과학 발달의 결정판은 휴대전화다. 언제 어디서나 전화하는 단순 기능에서 출발해 카메라와 녹음기가 되고, 컴퓨터가 되고, 신용카드가 됐다. 발전의 끝이 어디까지일지 도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화한다. 하지만, 과거 여러 개의 기기가 담당하던 일을 휴대전화기 하나로 모두 해결하다 보니 카메라나 컴퓨터, 신용카드의 모든 단점이 한꺼번에 나타난다.
대표적인 폐해였던 공공장소에서의 시끄러운 통화는 이젠 당연한 것처럼 됐고, 컴퓨터가 맡았던 가족, 친구 사이의 대화 단절이나 중독성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카메라 기능은 사생활을 침해하는 몰래카메라가 되고, 간편한 결제 시스템은 신용 사회의 혼란을 부른다. 인간의 사악함과 맞물려 처음 만들 때의 좋은 쪽보다 나쁜 쪽으로 끊임없이 발전한 것이다.
휴대전화를 잘못 사용해 패가망신한 사례는 많다. 최근 서울의 한 변호사는 헬스장에서 몰카를 찍다가 적발됐고, 외국 유명 배우는 휴대전화를 잃어버려 그 속에 담긴 은밀한 사생활이 드러날까 전전긍긍한다는 소식도 있다. 문제는 휴대전화에 한 번 저장한 사진이나 동영상, 녹음은 쉽사리 지울 수 없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휴대전화에 내장된 '공장 초기화' 기능을 사용하면 지울 수 있다고 하지만, 세 번 이상 반복해야 한다. 이렇게 해도 외부 장치인 SD카드에 저장된 내용은 지울 수가 없다 한다. 휴대전화를 중고로 팔 때, 공장 초기화 기능을 여러 번 실행하고, SD카드는 아예 빼버려야 한다니 편하게 사용한 대가를 단단히 치러야 하는 셈이다.
과학의 발달은 호기심에서 시작한다. 그 호기심은 인간에게 상상할 수 없는 편리함과 안락함을 준다. 그러나, 그 속성인 한쪽 날의 날카로움에 베이지 않으려면,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Curiosity Kills the Cat)는 속담을 늘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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