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본격 장마철, 도심 저지대·농경지 침수 피해 어쩌나

대구 상습 침수지 10여곳 제방 등 시설물 보강 미비

장마철 집중 호우에 대비해 배수장과 하천 시설물에 대한 점검이 진행 중인 가운데 2일 대구 북구청 직원이 최근 완공된 노곡동 \
장마철 집중 호우에 대비해 배수장과 하천 시설물에 대한 점검이 진행 중인 가운데 2일 대구 북구청 직원이 최근 완공된 노곡동 \'터널고지 배수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2일 오후 2시쯤 대구 동구 용계동. 금호강 제방에서 200여m 떨어져 있는 이곳 일대는 비가 내리면 인근에서 모여든 빗물이 모이는 저지대다. 비가 오면 금호강의 수위도 높아지기 때문에 제방 안쪽인 이곳의 빗물은 배수펌프장을 통해 강으로 빼내고 있다. 하지만 이곳의 바닥은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뒤덮여 빗물이 스며들 곳이 없다. 하수구 역시 악취를 이유로 이물질과 각종 덮개로 막혀 있어 집중호우 시 침수 피해에 노출돼 있다. 상가 앞 하수구는 고무판과 돌로 덮여 있었고, 철제로 된 이중 뚜껑의 배수구는 흙과 돌, 담배꽁초, 나뭇가지로 막혀 있었다.

대구 침수 예상지역인 도심 저지대와 농경지, 주택 및 상가 등이 호우 피해에 노출돼 있다.

◆상습 침수 농경지'막힌 하수구 입구=대구시에 따르면 시간당 40㎜ 이상의 집중호우를 기준으로 한 침수 예상지역은 10곳이 지정돼 있다. 이들 침수 예상지역은 대부분 폭우에 상습적으로 침수되지만 제방 보강이나 시설물 관리 미비로 방치돼 있는 형편이다.

침수 예상지역 중 동구 동호동 일대 농경지(40㏊)는 여름이면 매번 물난리를 겪고 있다. 지난해에는 금호강물이 제방보다 3~5㎝가량 높게 출렁이며 넘쳤고, 1~2m 높이의 대추나무가 물에 잠겼다. 물에 잠겼던 지붕이 폭삭 주저앉은 채로 있었다. 이곳엔 장마 전까지 밭을 비워놓는 주민들이 많다. 매해 물난리로 농사를 망치기 일쑤기 때문에 장마가 지나고 나서야 배추, 고추 등 밭작물을 심는 것이다. 주민들은 "올해 제방 보강공사를 한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며 "흙으로 된 제방은 세차게 흐르는 강물에 금방 깎여나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민들은 또 동호지구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농경지를 지나는 도랑으로 유입되는 물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아파트 단지가 없을 땐 빗물이 논 등으로 흩어져 침수되는 일이 많지 않았지만 요즘은 아스팔트와 시멘트를 빠르게 흘러온 물이 순식간에 제방 안 도랑으로 흘러든다.

문제는 불어난 도랑물이 금호강으로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것. 비가 많이 내리면 금호강 상류인 영천댐에서 수문을 열기 때문에 금호강물이 금세 불어난다. 이에 금호강물이 역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방에 설치된 도랑 수문을 막아버린다. 결국 농경지는 금호강물과 아파트단지에서 빠져나온 도랑물에 갇혀 물난리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24년 동안 농사를 지은 이우식(66) 씨는 "지난해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30분 만에 돌아오니 물이 차오르고 있어서 양수기를 약 4m 높이의 건물 옥상에 옮겨놓고 간신히 몸을 피했다"며 "이곳의 농경지는 난리 치는 물이 모이는 섬과 같고 2, 3일 비가 이어지면 바다가 된다"고 말했다.

도심 저지대도 호우에 무방비였다. 수성구 범어4동 인근 도로의 하수구 구멍은 평균 10개 가운데 3, 4개가 발판이나 합판 등 각종 구조물로 막혀 있는 상태였다. 3분의 2 이상이 흙과 쓰레기로 막힌 한 하수구 입구에는 인근 상가에서 흘려보낸 물이 그대로 고여 있었다. 아예 넓은 대리석으로 덮어 놓은 곳도 있었다. 시장 안 식당들은 하수구 관로가 지나는 길에 가판대를 내놓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어떤 가게 앞에는 하수구 관로 콘크리트에 주먹 크기의 구멍을 뚫어 물을 내보내기도 했다.

◆잦은 집중호우, 도시홍수 대비해야=최근 들어 집중호우의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대구지역의 시간당 40㎜ 이상 강수량은 8차례로 나타났다. 이 중 절반이 2010년 이후에 내린 비다. 지난해 8월 23일 시간당 44.0㎜의 비가 내렸고 2011년에도 1차례(8월 8일'42.0㎜), 2010년에는 2차례(8월 7일 44.5㎜'15일 53.5㎜)에 걸쳐 시간당 40㎜를 넘어섰다.

특히 2004년 6월 27일(48.0㎜)을 빼면 모두 장마기간이 끝난 8, 9월에 비가 집중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이상기후로 인해 대기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라고 대구기상대는 분석했다. 여름철 이상 고온으로 대기가 과열되면서 짧은 기간 많은 비를 뿌리는 구름이 발생하게 되는 것.

한윤덕 대구기상대 방재예보관은 "이제는 장마기간이 지나도 침수 피해에 대비해야 할 만큼 국지성 집중호우가 증가하고 있다"며 "하천 주변 저지대는 물론 도심의 경우도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돼 있어서 물이 땅으로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흐르기 때문에 하수구 유입이 막혀버리면 침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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