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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人 세계 IN] <1>프롤로그…혜초의 후예들 세계로 통하다

지구촌 곳곳에서 경북사람들이 땀과 열정으로 '웅도 경북', 나아가 '파워 코리아'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이들은 1천300년 중국, 인도 등 세계를 탐험한 신라 고승 혜초의 후예들이다. 개방과 소통, 그리고 개척정신의 대표 아이콘인 혜초와 신라인의 정신을 이어받은 경북인들이 이역만리에서 대한민국의 경제'문화적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매일신문은 창간 67주년을 맞아 세계 각국에서 땀과 열정으로 도전의 삶을 일구고 현지 사회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경북인들을 찾아간다. 온갖 역경 속에서 이뤄낸 이들의 성공담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매주 월요일 연재한다.

◆혜초의 후예들

'세계 속 경북인'을 '혜초의 후예'라고 부르려고 한다. 느닷없이 왜 혜초냐고? 혜초가 누구인가. 그는 16세에 신라를 떠나 당나라에 가서 밀교를 연구하고 스승 금강지의 권유로 4년 동안 인도와 서역의 여러 지방을 순례한 뒤 '왕오천축국전'을 쓴 인물이다. 그는 한국인 최초의 문명탐험가이자 프런티어이며, 오늘날 '한류'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혜초가 태어나고 살았던 신라는 경북의 모태이며, 신라의 정신은 경북의 혼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놓고 볼 때, 어려운 여건과 차별을 딛고 세계무대에서 당당하게 활동하고 있고 앞으로 그 위상을 더욱 떨칠 것으로 기대되는 경북인을 '혜초의 후예'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김호진 경북도 국제비즈니스과장은 "'왕오천축국전'을 쓴 혜초는 개방과 소통의 상징적 인물이다. 경북의 혼은 바로 개방과 소통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세계 곳곳에 포진해 활동하고 있는 경북 사람들은 이런 의미에서 '혜초의 후예'이며, 새로운 비전을 열어가는 사람들이다"고 했다.

◆성공 스토리 엮는 경북인들

세계로 진출한 경북인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다. 울진 출신의 권영호 IB그룹 회장은 '유럽최고의 한상(韓商)'으로 통한다. 26세 젊은 나이에 무일푼으로 원양어선에 몸을 실은 후 그는 '선박왕'이 됐다. 원양어업, 무역업, 호텔업 등의 분야에서 수완을 발휘하고 있는 그는 고향의 장학사업과 자선사업에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영주 출신의 김석주 전 뉴욕한인회 회장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976년 소아마비로 인한 장애를 무릅쓰고 전자기술 2급 자격증과 달랑 600달러를 갖고 미국에 갔다. 전자제품 공장에 취업한 뒤 능력을 인정받아 2년 만에 총괄 매니저가 됐다 됐다. 1985년 무선통신회사를 설립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는 백인은 물론 다른 이민 민족과 교분을 넓히고 후원사업과 봉사활동을 열심히 한 공로로 1998년 미국이민연합이 주는 '엘리스 아일랜드' 상을 받았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제조업을 하고 있는 예천 출신의 황재길 대표는 '새마을운동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 인물이다. 경상북도해외자문위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현지에서 새마을연수 지도자를 선발해 사비를 들여 한국(경북)에 보내고 있다. 뉴질랜드의 명문 오클랜드대학에서 지리학을 가르치는 윤홍기 교수는 구미(옛 선산) 출신이다. 그는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뉴질랜드에서 한국인 1호 교수가 됐다. 윤 교수는 마오리족과 문화지리학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업적을 쌓고 있으며, 그의 부인과 딸이 함께 같은 대학 교수로 재직해(오클랜드대학의 한국인 교수 7명 가운데 3명이 윤 교수 가족인 셈) 대학은 물론 현지 교민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코리아 브랜드도 원군

정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는 국가는 176개국에 이른다. 경북인을 비롯한 한국인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이 저마다 자리를 잡게 된 데는 자신의 피와 땀이 밴 노력, 그리고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대한민국 브랜드 가치도 큰 배경이 되고 있다. 6'25전쟁의 참화로 외국 원조에 의존했던 가난한 나라가 이젠 세계무대의 주역으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기구에서 한국인들의 활동은 눈이 부실 정도다. 2006년 초 당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서방에서는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그는 그해 10월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됐다. 그의 당선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자랑이었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이어 김용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은 백인들의 전유물이었던 세계은행 총재에 지명됐다. 이로써 한국인은 세계 국제기구 '빅3'(유엔'세계은행'IMF) 가운데 두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여기에 박찬호, 박세리, 박태환, 김연아, 박지성 등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와 '한류문화 열풍'도 국가 브랜드를 제고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지구촌 경북인 네트워킹

경북도는 '세계 속의 글로벌 경북'을 실현하기 위해 지구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경북인들을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경북은 물론 대한민국의 경제'문화적 '영토'를 넓히고 있는 훌륭한 인적자원이기 때문이다.

초대 경북도자문관협의회(자문위원협의회 전신) 회장과 호주 시드니 한인회 회장을 지낸 문동석 선문(Sun Moon) 대표는 "해외에서 자리를 잡은 경북 출신 교민들은 비즈니스 정보 제공 및 자문 등 민간기업 주재원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교민 1세는 물론 1.5세(한국에서 태어나 부모를 따라 이민), 2세들 역시 세계무대에서 성공한 인물이 많은데 이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연결하면 경북과 한국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경북도는 경북도해외자문위원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조직은 세계 각국과 투자'통상활동은 물론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 등의 문화교류,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 등에 있어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1995년 18개국 26명을 '경북도명예협력관'으로 위촉하면서 출발한 이 단체는 현재 51개국, 108명으로 늘어났다. 또 전국 시'도에서 운영 중인 해외 네트워크 가운데 가장 광범위하고 우수한 조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4일 경북도청에서는 '2013년 해외자문위원협의회 회장단 회의'를 열었다. 경북도는 이 회의에서 새로운 도정 슬로건인 '경북, 세계 속으로'의 구상을 설명하고 주요 전략사업의 협력을 요청했다. 협의회 회장단은 경북도의 세계화 전략의 선도 프로젝트로 추진되는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와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 지원 방안을 협의하고 협력을 결의했다. 또 국제교류사업의 협력 강화와 함께 도내의 기업인'행정기관'각종 단체들에게 필요한 해외 정보를 제공하는 '글로벌 인포 라인'(global info line)을 확대 운영하는 방법을 논의했다.

해외자문위원협의회는 회장단 회의와 별도로 매년 한 차례 총회를 갖는다. 올해는 다음 달 31일부터 9월 3일까지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된다. 자문위원협의회는 경북을 위해 여러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새마을운동 세계화사업 ▷해외인턴 일자리사업 ▷외국기업 투자유치 ▷중소기업 해외마케팅 지원 등이다. 또 자체 예산 3천만원으로 매년 형편이 어려운 경북의 청소년들에게 해외 유명대학 견학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해외자문위원들은 도정에 성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특히 경북이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있어서 자문위원들의 지원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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