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수생인 A(20'여) 씨는 스마트폰 중독자다. 고교시절 전교 10위권을 달리며 명문대학 진학을 꿈꾸던 A씨는 대학 입시를 앞두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스마트폰에 빠져들었다. 게임용 캐시 구입에 한 달에 100만원 넘게 사용하기도 했다. 권위적인 아버지, 쇼핑에 집착하는 어머니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 A씨는 가족 간 갈등이 생기면 스마트폰에 빠져들었고 결국 대입에 실패했다.
#2. 태어난 지 22개월인 석호(가명)는 스마트폰을 한순간도 놓지 않는다. 스마트폰 동영상을 보면서 밥을 먹고, 화면을 모방해 율동을 한다. 장난감에도 별 관심이 없다. 스마트폰 집착이 심해지자 어머니 혜정(가명'35) 씨가 뺏기도 했다. 그러면 석호는 집이 떠나갈 듯 울음을 터뜨린다. 아무리 달래도 그치지 않는다. 혜정 씨도 석호가 언제부터 스마트폰에 집착했는지 잘 모른다. 형인 준호(가명'8)가 2년 전부터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았는데 석호도 형을 보고 따라 한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혜정 씨는 "밥을 먹이기 위해 스마트폰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이것이 스마트폰 중독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며 낙담했다.
◆스마트폰 중독자 급증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급증하고 있다. 2011년 21.4%에서 2012년 64.5%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올 상반기 현재 중'고교생의 80%가량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청소년들 사이에 사치품이 아닌 최고의 필수품이 된 것.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공부에 도움을 얻거나 카카오톡 등을 통해 교우관계를 넓히는 등 여러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폐해도 엄청나다. 과다 사용으로 가족 관계, 친구 관계에 문제가 발생하고 학업성적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일상생활에서 장애가 나타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 만 10세 이상 49세 이하 스마트폰 사용자 1만68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률은 18.4%에 달해 전년(11.4%)보다 7.0% 포인트나 급증했다. 성인(9.1%)에 비해 두 배를 넘긴 청소년 중독률은 스마트폰 부작용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3 한국 청소년의 스마트폰 이용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중'고교생 3천 명(중학생 1천500명, 고교생 1천50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27.6%가 잠재적 위험군에 속했고, 관련기관의 지원과 도움이 필요한 고위험군은 7.6%에 달했다.
실제 가족이 함께 회식을 가도 중'고교생 자녀들은 스마트폰에 빠져 부모에게는 전혀 무관심하거나 친구를 만나서도 각자 스마트폰으로 다른 친구들과 대화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스마트폰에 대한 집착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해지고 있는 추세라는 것.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이창호 연구위원은 "청소년들이 학습 정보보다는 재미나 흥미 위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중독 증세가 나타난다"며 "학교에는 아예 스마트폰을 못 가지고 오게 하고, 부모들은 유해 콘텐츠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토록 하는 등 여러 주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인터넷중독대응센터 조현아 전문상담사는 "부모들은 스마트폰을 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놀이거리를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하고, 원칙을 세워 일관성 있는 양육으로 자녀들이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부모들은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거나 일방적으로 뺏을 경우 자녀가 '왕따'가 될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주부 박모(42) 씨는 모바일 메신저에만 매달리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에게서 최근 스마트폰을 빼앗았다. 하지만 아들이 "친구들도 모두 스마트폰을 사용해 스마트폰이 없으면 왕따가 된다"며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자 스마트폰을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박 씨는 "스마트폰을 뺏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아들을 그냥 두고 볼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심정"이라고 했다.
◆정부, 국회 팔 걷어붙여
이처럼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정부와 국회가 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팔을 걷어붙였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학교장 재량으로 교내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법률안을 제출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특정한 학생을 따돌리는 '왕따' 등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이 법은 현재의 초등교육법에 학교규칙으로 '학교장의 재량으로 학교 내에서는 정보통신기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경기교육청과 함께 학생과 학부모에게 스마트폰 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앱을 설치하고, 중독이 심각한 학생을 전담교사가 상담하는 사업을 경기도에서 시작하기로 했으며, 한국인터넷진흥원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손잡고 '사이버폭력 없는 행복한 학교 만들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초'중'고교에 연간 15시간 이상 또는 15회 이상 해당 학교 교사들이 스마트폰 이용 습관 및 중독 예방교육을 실시토록 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인터넷 등 스마트폰 이용 습관 지도' 자료 및 책자를 각 학교에 배포하기도 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초교 1학년에서 고교 2학년까지 33만 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이용 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중독이 심하다고 판단되는 학생에 한해 부모의 동의를 얻어 대구청소년지원재단에 의뢰해 상담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대구시교육청 이화욱 장학관은 "스마트폰은 장점이 분명히 있는 반면 폐해도 있는 만큼 장점을 극대화하고 폐해를 없앨 수 있도록 올바른 사용법을 교육청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교육할 것"이라며 "전수조사는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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