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뜻하는 글로브(Globe)에서 나온 글로벌(Global)은 '세계화' '국제화'라는 뜻으로 여러 낱말 앞에 붙어 이제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하게 듣는 말이다. 글로벌 시대는 교통수단과 인터넷의 발달로 다문화, 다국적인 세계가 이웃처럼 가까워진 것을 뜻하고, 글로벌 리더는 글로벌 시대를 이끌어 갈 인재를 말한다. 과거의 '인터내셔널'과 비슷한데 요즘 대세는 글로벌이다.
1990년대 중반, 한 잡지에서는 영어 공부, 외국 체험과 봉사 활동, 국제 교류 행사 참여, 독립심과 문제 해결 능력 키우기, 열린 생각 등을 글로벌 리더(인재)의 예비 단계로 설명했다. '글로벌 리더-세계 무대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알아야 할 아홉 가지 원칙'이라는 책에서는 세상 넓게 보기, 구체적인 꿈, 건강한 자아 등을 글로벌 리더의 덕목으로 삼았다.
글로벌의 첫 출발은 경제에서 찾을 수 있다. 국제무역 질서를 결정한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이 1993년 말 다자 간 무역 협상인 우루과이라운드를 거쳐, 1995년 1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전환하면서 인터내셔널의 자리를 글로벌이 대신했다. 국내 뉴스 라이브러리에서 글로벌이라는 낱말이 집중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도 이즘이다.
요즘 이 낱말을 가장 많이 쓰는 곳은 대학이다. 어느 대학 할 것 없이 최고 교육목표는 글로벌 교육을 통해 글로벌 역량을 가진 글로벌 인재 키우기다. 특정 과에 '글로벌'이라는 낱말을 붙여 특목과(特目科)임을 나타낸다. 구체적인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나 장기 목표가 없어 풍비박산 직전인 과도 있는 모양이지만, 그 유행은 아직 진행형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예산 사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부의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만 207억 원을 들인 '플랜트 해외 인턴 사업' '다문화 대상 국가 교육 글로벌화 지원 사업' 등은 겉돌았다. 이 또한 구체적인 목표가 없고, 장기적인 프로그램이 부실해서다.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유머 하나. 반성문(反省文)을 영어로 표현하면 무엇일까? 정답은 글로벌이다. 글로 벌(罰) 받는다는 뜻이라 한다. 누가 생각해냈는지 대단한 재치이고, 한편으로는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글로벌에 대한 통렬한 반성문이다. 말만 앞세우는 '글로벌'은 수없이 반성문을 쓰는 일과 같다는 것을 하나의 우스갯소리도 훤히 꿰뚫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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