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나 관변단체들이 공원 등지에 무궁화를 심어놓고는 관리를 외면하고 있다. 관리가 제대로 안 돼 잡초밭이 되는가 하면 제대로 자랄 수 없는 곳에 무궁화를 심어놓는 바람에 결국 다른 나무로 교체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11일 오후 대구 북구 함지산 등산로(구암동) 근처의 '새마을 무궁화동산'. 꽃을 피울 수 있을 정도로 자란 무궁화 나무는 3, 4그루에 불과하고 나머지 공간에는 10~20㎝ 높이의 무궁화 나무 묘목들이 심어져 있었다.
남모(72'대구 북구 구암동) 씨는 "지금은 그나마 잡초를 제거했기에 망정이지 지난주에 찾아갔을 때는 무궁화동산인지 잡초동산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잡초만 무성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대구 남구 봉덕동 앞산공원 고산골 맨발산책로 입구에는 '고유 수종이 아닌 겹꽃 무궁화를 제거하고 꽃이 아름다운 병꽃나무를 식재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이곳을 자주 산책하는 시민들은 "왜 나라꽃인 무궁화를 뽑고 다른 나무를 심었는지 모르겠다"며 "대신 심은 병꽃나무 잎이 말라 죽고 있다"고 말했다. 입구에 심어진 병꽃나무들은 나뭇잎이 말라 있었다.
나라꽃인 무궁화가 무관심 속에 방치되거나 제대로 크지 못하고 버림받는 이유는 지방자치단체나 관변단체들이 무궁화를 심어 놓기만 하고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함지산 등산로 근처의 '새마을 무궁화동산'의 경우 최근 잡초를 제거한 것 말고는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무궁화동산을 나타내는 입간판에는 "나라꽃을 알리고 홍보하기 위해 (사)대구북구새마을회가 주최하고 새마을지도자 동천동협의회'부녀회, 새마을지도자 구암동협의회'부녀회가 주관해 무궁화동산을 만들었고 관리한다"는 내용과 함께 지난해 7월 29일에 조성됐다고 적혀 있다.
한 새마을지도자협의회 관계자는 "무궁화동산 땅 주인과 부지 임대 문제로 이해관계가 얽히며 분쟁이 생겼고, 그 과정에서 어느 새마을지도자협의회에서 이곳을 관리할 것인지 불분명해졌 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민 장모(70'대구 북구 구암동) 씨는 "일회성 사진찍기 행사를 위해 무궁화를 심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며 "이는 우리나라의 상징인 무궁화를 모독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고산골 맨발산책로 입구의 병꽃나무 식재공사는 무궁화의 특성과 종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심어 결국 교체하게 된 경우다. 앞산공원 관리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식재공사 전 이곳에 심어진 무궁화는 겹꽃 형태로 안전행정부와 산림청에서 나라꽃으로 지정한 '단심계 무궁화'와는 다른 종이다. 게다가 이곳은 벚나무가 우거져 있어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이기도 해 햇볕이 잘 들어야 꽃을 잘 피울 수 있는 무궁화가 자라기엔 적합하지 않은 장소다.
앞산공원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단심계 무궁화를 심는 것도 내부적으로 검토했지만 무궁화가 자라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곳이라 결국 병꽃나무로 교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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