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느리게 읽기] 조선 왕들의 결단 통해 본 '훌륭한 리더의 조건'

군주의 조건/ 김준태 지음 /민음사 펴냄

조선왕조를 이끈 왕들의 결단과 행적을 통해 훌륭한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을 살피고 있는 책이다. 성균관대에서 정치외교학과 한국철학을 공부한 저자는 16년 동안 조선 군주와 재상들의 정치사상 및 정책을 심도있게 연구했다. 조선왕조 실록과 각종 사료들을 바탕으로, 조선의 왕들이 펼친 리더십을 수신(修身), 의리(義利'명분과 실리), 용현(用賢'용인술), 공효(功效'공을 들인 성과), 건저(建儲'후계) 다섯 분야의 33가지 덕목으로 정리했다. 이를 통해 현대의 리더들이 가져야 할 마음자세부터 인재를 쓰는 법, 일을 추진하는 법, 후계를 세워 조직의 미래를 탄탄하게 닦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조선시대 왕의 업적뿐 아니라 잘못까지 충실히 기록한 '조선왕조 실록'에 결단의 순간, 군주가 한 나라의 리더로서 고심했던 흔적에 주목했다.

모든 면에서 성공적이거나 모든 일에 실패한 리더란 없다. 조선 후기의 개혁 군주로 많은 치적을 남긴 정조조차 종종 신하들을 무시하거나 억누르려는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았다. 이 책은 단순히 군주 개인의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적 낙인을 찍는 것을 경계하고, 사안과 맥락을 살펴 본받을 점과 조심해야 할 점을 제시한다.

병자호란 당시 인조의 사례는 철저한 준비없이 명분만을 고집했을 때, 얼마나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1636년, 후금의 칸 홍타시가 국호를 '청'으로 바꾸고, 황제에 즉위하겠다고 통보를 전해오자, 인조는 이 국서를 거부하고 전국에 항전의지를 천명하는 교지를 내렸다. 제대로 된 대비없이 항전 의지만 내세운 인조의 다짐은 이듬해 1월, 삼전도에서 청 태종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굴욕적인 항복으로 결말을 맺게 된다. 한 나라의 통수권자로서 준비는커녕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켜 백성들을 전란의 고통에 빠뜨린 점은 인조의 최대 과오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인재는 없는 것이 아니라 리더가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군주가 사사건건 신하들의 선생 노릇을 하려 든다면 경박해 보일 뿐이다', '실패의 책임을 리더 자신이 져야, 사람들이 걱정없이 일에 매진할 수 있다', '성공을 거두었을 때, 그 성과를 이어갈 방법을 모색하기보다 과시부터 하고 싶어하는 리더는 성공을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 등 시대를 뛰어넘어 현대의 리더들이 새겨들어야 할 날카로운 고언(苦言)들이 곳곳에 살아숨쉰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은 방대한 자료의 숲에서 꼭 필요한 나무들만 추려내 간결하게 정리한 저자의 안목이 돋보인다"고 소개했다. 228쪽, 1만4천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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