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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홈 대신 캠퍼스에…이열치열 '대구 열공중'

대구가톨릭대에 유학 중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출신 학생들이 기숙사 벤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마마두, 베이가, 요기-돈시아.
'한복도 잘 어울리죠.' 영남대에 재학중인 외국인 유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한국문화 체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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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에 유학 중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출신 학생들이 기숙사 벤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마마두, 베이가, 요기-돈시아.
여름방학을 맞아 경북대 서머 스쿨에 참가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담소하고 있다.
\'등목이라도 해줄까요\' 여름방학을 맞아 대구의 근대문화골목 등 대구답사에 나선 웬티 김 투어(20'사진 왼쪽) '다오키우안(20) 양.이상화 고택에서 오래된 물펌프를 작동해보고 있다.
여름방학을 맞아 경북대 서머 스쿨에 참가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담소하고 있다.

2013년 여름. 대구가 이국적인 열기로 뜨거워지고 있다.

도심과 대학가 주변 등 대구 곳곳이 세계 각국에서 몰려 온 외국인 학생들로 북적댄다. 잠시 공부에서 해방된 이들은 대학가는 물론 동성로 등 도심 곳곳에 출몰한다. 때로는 이역만리에서의 고된 삶을 달래려는 듯 자유분방하게 몰려다니는 그들의 모습은 주변의 눈길을 끌기도 한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지역을 찾은 이유는 다양하다. 대부분 한국 문화를 배우거나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서지만 단지 즐기기 위해 찾는 사람들도 있다. 젊은 외국인들에게 비친 대구의 모습은 어떨까. 이들을 찾아 나섰다.

◆대구에서 '핫 서머'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이달 9일 오후 경북대 캠퍼스. 서머스쿨 수업이 끝나고 미국, 러시아, 독일, 인도, 터키,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6명의 외국인 학생들이 도란도란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이들의 수다거리는 주말여행 계획. 경주나 포항, 대구의 놀이공원을 두고 수다가 한창이다. 바다 구경을 제대로 못 해봤다는 러시아에서 온 율리아 파버(20), 터키 출신 에네스에올(22) 씨는 포항 등 바닷가로 놀러 갈 계획을 밝혔다. 반면,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사바(19'미국) 양과 인도네시아에서 온 셰라필드(21) 씨는 경주 등을 방문할 예정이란다. 이들은 이 학교에서 운영중인 '서머스쿨 프로그램'에 참가한 동기생들. 대구 생활을 한 지 이제 갓 10여 일. 그렇지만 처음 해보는 대구 생활이 신기하고 재미있단다.

독일의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알렉산더(23) 씨는 신이 났다. K팝 마니아인 그는 "독일에 있을 때부터 한국 노래를 많이 들었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 등을 제일 좋아한다. 최근 독일에서도 한국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직접 한국에 오게 된 것만 해도 흥분된다"고 했다.

특히 대구의 밤 문화는 '천국'이란다. 이날 밤에도 어둠이 내리면 한국인 친구들을 따라 동성로 로데오 거리를 활보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인도의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지피에스(20) 씨가 끼어든다. "삼성의 홈타운으로 알려진 대구. 게다가 전자공학이 강한 경북대에서 잠시나마 수업을 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장비 등이 최신식이라서 마음에 든다. 인도에서 대학을 마친 후 경북대에서 정식으로 유학 생활을 할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40여 일 일정으로 대구를 방문한 이들은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다. 율리아 파버 씨는 다시 대구를 찾을 계획이란다. "러시아에 비해 너무 정돈이 잘 되어 있는 대구의 거리가 마음에 듭니다. 이번에 돌아가면 또 한국에 오고 싶을 것 같아요. 요즘 들어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 아쉬워요."

◆한국 문화에 푹 빠졌어요.

"단순히 운동이 아니라 동작 하나하나가 예술입니다." 10일 오후 대구 중구 계산성당에서는 푸른 눈의 외국인이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있었다.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발차기 자세를 보여준 그는 경북대에 유학온 에스토니아 출신 알렉스(21) 씨. 에스토니아 탈린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다 지난 4월 대구로 유학 왔다. 이날은 가톨릭 신자인 로드리고 브래들리(20) 씨와 함께 대구 관광을 하러 왔다 태권도 시범까지 보여주게 됐다. 조금은 어설픈 동작이지만 행인들의 관심과 격려에 금세 의기양양해졌다. 알렉스 씨는 이번 여름방학 동안 태권도 검은 띠에 도전하고 있다. 매일 학교 체육관을 찾아 오전 7시부터 3시간 동안 맹훈련 중이다. 방학 때만이라도 '공부는 뒷전'으로 젖혀두고 좋아하는 태권도에 푹 빠져 살 생각이다. "경북대에 유학 온 후 태권도 동아리에 가입했어요. 한국의 전통무술을 재미 삼아 배워보자는 시도였지요. 그러나 곧 태권도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어요. 간결하고 절도 있는 동작이 여느 무술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어요." 알렉스 씨는 에스토니아에 돌아가서는 태권도 알리기에 앞장설 계획이다. "에스토니아에서는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지만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한국에서 많은 신세를 진 만큼 고국에 돌아가서 태권도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비슷한 시각. 계산성당 옆 이상화 고택에 2명의 앳된 외국인 여학생들이 나타났다. 대경대에서 1년째 어학연수 중인 웬티 김 투어(20), 다오키우안(20) 씨. 베트남 출신인 이들은 방학을 맞아 대구의 근대골목투어 등 대구 답사에 나섰다. "한국 생활 1년째지만 정작 한국이나 대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어요. 방학을 통해 대구경북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졌어요."

이들은 현재 대경대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에서 한국어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한국말을 잘하면 베트남에서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다고 한다. 골목투어를 계획하게 된 것도 대구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는 것과 함께 실전(?)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다. 두 사람의 목표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공부해서 삼성, LG 등 한국계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 한국어를 1년째 배우고 있지만 아직 발음이 쉽지 않다고 한다. "ㅊ(치읓), ㅌ(티읕) 발음이 너무 힘듭니다. 특히 사투리는 아직 어려워요."

◆학생의 본분은 역시 공부

대구가톨릭대 캠퍼스에서 '아프리카 3인방'으로 유명한 마마두 오두마 루미에르20), 요기-돈시아 심포리엔 칼(22), 베이가 야모도 말론(20) 씨. 어떻게 하면 여름방학을 알차게 보낼까 고민하다 '공부하는 방학'을 보내기로 결의했다. 아동학과 1학년 마마두 오두마 루미에르 씨는 선행학습 중이다. 그는 "1학기에 전공과목 공부가 너무 어려워서 방학 동안 2학기 교과목을 미리 공부하고 있다. 그러면 학기 생활에 조금 여유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매일 도서관에 가서 약 4시간을 한국어로 된 전공서적을 읽고 뉴스를 보는 데 할애하고 있다.

IT공학부 1학년 요기-돈시아 심포리엔 칼 씨는 올 10월에 있을 한국어능력시험(4급) 준비를 하는 데 여름방학을 몽땅 투자했다. 그는 한국어 읽기, 쓰기, 뉴스 듣기, 기출문제 풀이 등에 하루 6시간을 쏟아붓고 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그는 저녁 식사 후 약 2시간 전공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T공학부 베이가 야모도 말론 씨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하루 운동 2시간, 한국어 공부 3시간, TV 시청 및 컴퓨터 이용이 1, 2시간이다. 가끔 외국인 학생들끼리 축구 경기를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물론 대구 나들이를 가기도 한다. 주말과 휴일에 함께 어울려 학교 근처 식당에서 식사하며 고국의 정치 상황과 가족 이야기를 한다. 동성로에 나가서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비싼 돈 주고 멀리 대구까지 유학 왔는데 관광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잖아요. 봉사활동도 하고 싶고 대구 체험도 하고 싶지만 고향에서 열심히 일하셔서 학비를 보내주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사치라는 생각이 들어요. 학생의 본분은 역시 공부 아니겠어요."

글'사진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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