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가 잇따라 국내 증시를 강타했다. 지난달 JP모건 보고서로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한 데 이어 이달에는 SK하이닉스가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시장의 취약성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는 평가와 함께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달 2일 네덜란드계 글로벌 증권사 CLSA가 SK하이닉스에 대해 매도 투자 의견 보고서를 발표하자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8.72%나 급락했다. 한 달 전 JP모건의 목표주가 하향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폭락했던 공포가 재연된 것이다.
외국계 보고서의 공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9월 UBS가 LG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조정했다는 소식에 LG전자 주가가 5.42% 떨어졌고 11월에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엔씨소프트에 대해 매도 보고서를 낸 여파로 주가가 12.91% 추락했다. 2011년 8월에는 모건스탠리가 세계 자금시장이 약화되면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이 가장 위험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외국계 증권사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긍정적인 보고서가 나오면 시장은 함박웃음을 짓지만 부정적인 보고서가 나오면 한마디로 초주검에 이른다.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에 시장이 요동을 치는 이유는 외국인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 구조 때문이다. 전체 거래액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를 참고로 투자를 하는 만큼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좀처럼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지 않는 국내 증권사와 달리 외국계 증권사는 거침없이 돌직구를 날리면서 객관적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많다. CLSA 보고서가 발표된 후 안성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부문의 성장세는 2014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2014년 상승 사이클을 앞둔 시기에 분기 실적 저점을 이유로 매도 전략을 발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SK하이닉스의 실적은 3분기에도 호조를 이어갈 것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매수를 권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과민 반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주가가 다소 올랐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조정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하루 만에 8%나 빠진 것은 시장의 반응이 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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