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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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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서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미리 정해놓는 것이다. 어떤 약속을 하고 사는가? 어떤 약속이든 지키는 것보다 어기는 게 많지는 않은가? 아마 자신의 일상생활에 대한 약속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작품에 임할 때, 가장 큰 약속은 나 자신과의 약속이다. 아무렇게나 할 수 있고, 쉽게 어길 수 있다. 또 지키지 않았더라도 미안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속이기도 하며 이것을 정당화시키기도 한다. 나 자신과의 약속이고, 아무도 모르니까. 왜 다른 약속보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쉽게 생각하는 것일까?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누구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지키고 위로할 줄 알아야, 다른 이들을 사랑할 수 있고 지킬 수 있으며 위로할 수 있다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나 자신을 미워하고 꾸중만 한다면 이미 초라해져 버릴 것이다. 이런 초라한 내 모습으로 어떻게 자신감을 갖고 일을 할 수 있을까? 힘든 일이다.

공연이 임박하여 여러 일을 조율해야 할 때, 나 자신에게 많은 실망을 한 적이 많았다. 하고 있으면서도 실망의 연속이었다. 어떤 것이 좋은 공연을 만드는 것일까? 정답도 없는데 말이다. 무엇이 완성된 것인지 아무도 모르는데 왜 만족을 못 하며 제작진과 배우, 스태프들에게 다그치기만 했던 것일까? 이 모든 게 나 자신의 부족함에서 나온 것 같다. 분명히 이들도 자신과의 약속에서 엄청나게 고민하고 그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할 텐데….

공연 준비 중에 작품적인 것에 있어서 크든, 작든 이견이 생겨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작품의 방향과 형태를 이해시키고 조율해서 만들어 가는 과정인 셈이다. 이것이 공연자들의 기본적인 약속이며, 이 약속이 서로 없다면 이 충돌은 어떻게 정리가 되겠는가? 일단 약속으로 인해 정리는 되나, 그들의 작품세계 속에선 쉽게 정리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풀어낸다는 것을 서로 믿음으로 약속할 수 있다면, 더불어 나 자신과의 약속만 지킨다면 아무리 어려운 작품을 하더라도 풀리지 않을까?

이렇게 풀어진 작품이 대중에게 보여질 때, 새롭고 흥미로운 공연으로 다가오게 된다. 또 오랜 기간 잊지 않고 가슴에 남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시 한 번 더 나 자신과의 약속을 되새기며, 지키려 노력한다. 약속은 나 자신뿐 아니라 상대가 있을 경우에는 더 잘 지켜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려 노력할 때, 더 아름다운 것이다. 작은 약속을 지키는 노력이 쌓여갈 때, 비로소 자신감도 신뢰도 생기게 된다. 약속(約束)이란 한자어를 풀이하면, '맺고 묶는 것'이다.

이홍기 극단 돼지 대표, ho77077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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