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비행선

공기보다 가벼운 기체를 넣은 기구를 하늘로 띄운 후 동력 장치를 이용해 방향을 잡아 움직이는 비행선은 인류 사상 최초의 항공 운송 수단이다.

1852년 프랑스의 알리 지파르가 유선형 기구에 35마력짜리 증기 엔진과 프로펠러를 단 비행선을 만든 것이 최초였다. 1903년 미국 라이트 형제가 동력 비행기를 만든 것보다 51년 앞섰다.

비행선이 처음 개발된 곳은 프랑스였지만 이를 발전시킨 것은 독일이었다. 1891년 독일 제펠린 백작은 경식 비행선 개발에 착수했고 큰 골격과 추력을 갖춘 비행선 개발에 성공, 1909년엔 세계 최초의 항공사인 '도이치 비행선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까지 7대의 비행선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다른 도시 곳곳을 연결했다. 세계대전으로 군용으로 전환되기까지 연 17만 2천500㎞를 비행하며 3천100여 시간 동안 연인원 3만 4천여 명을 실어 날랐다.

비행선은 1차 세계대전 당시엔 군사용으로 이용됐다. 독일군은 비행선으로 영국 런던 공습에 나섰다. 비행선에서 손으로 폭탄을 집어던지는 원시적 형태의 공습이었다. 전쟁이 끝나자 비행선은 다시 장거리 민간 항로로 돌아왔다.

그러나 비행선은 결코 안전한 교통수단은 아니었다. 1930년 영국의 비행선 R101이 프랑스 보베에 추락해 48명이 사망했고, 1933년엔 미국 뉴잉글랜드 해안에서 아클론호가 추락해 73명이 숨지는 최악의 참사를 냈다. 1936년 독일이 만든 '힌덴부르크호'는 길이 245m, 몸체 지름 41m로 오늘날 보잉747 점보 여객기보다 컸다. 하지만 이 또한 운항을 시작한 지 일 년도 안 돼 미국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중 폭발, 승객 97명 중 36명이 숨지는 사고로 종말을 맞았다.

이후 비행선은 안전 문제와 느린 속도로 날개 달린 비행기에 밀리면서 퇴출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비행선은 옥외 광고용 정도로 간간이 사용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에 비행선을 띄워 휴가철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단속할 계획이다. 길이 12m, 중량 50㎏의 소형 비행선에 3천630만 화소의 고화질 카메라를 달아 고속도로 위 상공 30~50m 지점에서 단속에 나선다. 지정차로제 위반을 비롯해 버스 전용 차로, 갓길 차로 위반 등을 노린다.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비행선이 얌체 운전 단속을 통해 부활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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