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호소가와 모리히로 전 총리는 구마모토 현 지사를 지냈다. 당시 과감한 경제개혁을 단행하고 환경규제법을 강화하면서 정치적 명망을 쌓았다. 크고 작은 저항이 있었지만 그의 과단성 있는 리더십은 전국적인 조명을 받았고 결국 총리가 되는 밑거름이 됐다.
그는 1993년 소속 당인 자민당의 부패와 파벌주의를 비판하면서 탈당한 뒤 일본신당을 창당했다. 내분과 탈당 사태로 집권 자민당의 과반 의석이 붕괴된 상황에서 실시된 중의원선거에서 일본신당은 55석을 차지하고 자민당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그 결과 7개 신생당 연립내각의 총리로 선출되면서 55년 자민당-사회당 양당 체제 이후 최초의 비자민당 총리가 됐다.
총리 재임 기간에 일본 정치의 숙원인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의 병립을 핵심으로 하는 정치개혁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1998년 60세가 되자 바람처럼 정계를 떠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채소를 기르고 도자기를 빚으며 유유자적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 그의 리더십은 유유히 흘러 바다를 이루는 '대의', 바위도 뚫는 '인내와 끈기'의 지도력이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대구시장과 경상북도지사는 3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현재로서는 거침없어 보인다. 참신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대항마가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흘러간다면 대구경북의 선거는 해보나 마나고 흥행도, 관심도 끌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지역의 리더들은 왜 위로 향하지 못하고, 자리 보전(?)이 목표가 돼야 하나. 물론 '정치인 박근혜'라는 큰 산이 있었던 것도 한 요인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을 보면 이런 논리는 수긍이 되지 않는다. 서울시장이 되면 항상 대통령 후보군에 오르고 경기도백을 지낸 손학규, 김문수 지사, 경남도백을 지낸 김혁규, 김두관, 김태호 지사, 전남도백을 지낸 박준영 지사 등 다른 지역 자치단체장들은 더 큰 꿈을 향해 몸을 던졌다. 반면 대구경북에는 이런 자치단체장이 민선 이후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다.
물론 국민의 선택은 받지 못했지만 다른 지역 단체장들의 움직임을 무모한 도전으로 봐야 할까? 이는 정치적 역동성과 인재 수혈과 양성의 열린 구조 때문은 아닐까.
선산의 굽은 소나무가 고향을 지키고 남들이 못 한 일을 한다지만 현 자치단체장들의 3선은 대구경북민들에게 불행일 수 있다. 현 시장, 지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기보다는 경쟁자와 도전자가 없다는 데 더 심각성이 있다.
이런 현상은 대구경북이 정치적으로 새누리당의 병참기지 역할을 하면서 행정까지도 이 당의 틀을 벗어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지역의 정치권과 지자체는 새누리당이라는 거대한 틀 속에 씨줄과 날줄로 철저하게 얽혀 있다. 행정과 정치가 샴쌍둥이처럼 한 몸에서 나와 얼굴만 다른 형태를 유지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환경 속에서 지역 행정이 경쟁력을 가질 수 없고,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큰 리더는 출현하기 어렵다.
특정 당의 독주로 대구경북은 정치적 활력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행정의 경쟁력마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특정 당의 공천이 당선이라는 구도 앞에서 경쟁력 있는 대구시장과 경북지사 후보가 나오기 어렵다.
내년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본지는 지자체 행복 리더십 평가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각 자치단체장의 말들이 많다. 하지만 시도민의 눈에는 좋은 평가를 받았든,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든 모두 '도토리 키재기'로 보인다.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너무나 평범한 축제, 어느 지자체나 똑같이 하는 일자리 창출, 길 닦기 같은 민원 사업 해소 등 모든 사업들이 천편일률적이다.
비무장지대가 바로 산 너머인 작은 산골 마을인 강원도 화천은 올 1월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화천읍 마을 앞 북한강 상류 길이 2.4㎞, 너비 150m의 꽁꽁 언 얼음판에서 산천어 축제를 열어 140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을 반하게 했다.
이에 세계 22개국 66개 언론사는 화천 얼음나라 겨울 축제를 격찬했다. 미국 CNN은 산천어 축제를 '세계 겨울 축제 7대 불가사의'로 선정하는 등 세계 언론들이 앞다투어 찬사 보도를 쏟아낸 것이다.
왜 우리에겐 이런 자치단체장이 없을까. 새로운 리더, 혁신적인 리더십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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