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마을 운동, 세계의 희망으로] <3>탄자니아 잔지바르 체주 마을

'의식 변화+자립 의지' 새벽 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

새마을운동 시범마을로 지정되면 새마을회관 등 기반시설 조성 사업이 먼저 시작된다. 마을회관과 유아원, 병원, 상점 등 주민 생활의 구심점이자 새마을조직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마을운동 첫해를 맞는 잔지바르 체주 마을도 인프라 구축과 새마을 조직 육성 등에 열을 쏟고 있다. 특히 마을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자립의 의지를 북돋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체주는 잔지바르 도심인 스톤타운에서 차로 1시간 거리다. 마을 전체에는 340가구, 2천여 명의 주민들이 10개 부락에 모여 산다. 마을 안 체주스쿨리 부락까지 가려면 도로변에서 비포장길을 4.5㎞나 가야 한다. 출퇴근 차량이 지급되기 전까지 봉사단원들은 현지 버스인 '달라달라'를 타고 도로변에서 내려 1시간 30분씩 걸어가야 했다. 비만 오면 온통 진흙구덩이가 되기 때문에 아예 들어갈 수 없는 날도 많았다. 다행히 지난 3월 단단하게 길을 다진 덕분에 이동이 편해졌다고 했다. 마을 대표는 기자의 이름이 발음하기 어렵다며 자기 이름과 똑같은 '카심'이라는 이름을 즉석에서 지어줬다.

◆주민 숙원 사업부터 하나씩

체주스쿨리 부락 입구에는 8월 완공을 목표로 유치원 건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벽과 지붕이 완성된 상태. 주민들은 아직 미장이 끝나지 않은 벽면에 시멘트를 발라 마감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생전 시멘트라고는 구경 한 번 못해본 주민들이 기술을 배워 직접 건축에 나섰다. 유치원은 마을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산과 들에 방치되다시피 했다. 새마을봉사단이 건축 자재를 제공했고, 주민들이 참여해 기둥을 세우고 벽돌을 쌓았다. 초짜 인부였던 주민들은 한 달간 건축 교육을 받으며 솜씨가 늘었다. 현재 유치원 건립 공사에는 마을 주민 23명이 참여하고 있다. 교실 2곳과 부엌, 사무실 등으로 구성되고, 49명의 아동들이 수혜를 받게 된다.

유치원 옆에는 공공 우물을 파고, 마을 입구까지 들어온 전기선을 빼내 동력실을 만들었다. 동력실에는 음료수 자판기와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는 전기 콘센트를 설치했다. 그전까지 마을 주민들은 2시간 동안 걸어 인근 시장에 가서 200Tsh(탄자니아실링)을 주고 휴대전화를 충전한 뒤 다시 2시간을 걸어 마을로 돌아오곤 했다.

마을 주민들이 처음부터 적극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주민들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왜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새마을봉사단이 선교를 목적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많았다. 이곳 마을 주민의 98% 이상이 무슬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발 더 친근하게 주민들에게 다가가고, 이유와 방향을 제시하면서 동참을 이끌어냈다. 건물 미장을 하고 있던 라마다니 알리(36) 씨는 "해가 뜨기 전에 농사를 짓고 낮에는 건축 현장에서 일을 한 뒤 해 질 녘에 다시 밭에 간다"며 "하루종일 빈둥거렸던 예전에 비해 몸은 피곤하지만 일자리가 생겼다는 생각에 늘 즐겁다"고 말했다.

라시디 유스프 음캉가(37) 씨는 건축 인부로 일하며 받은 임금으로 벽돌을 하나 둘씩 사모으고 있다. 오랫동안 살아온 흙집을 새로 짓기 위해서다. 아내와 아이들까지 6명이 사는 집은 4평 남짓. 비만 오면 물이 새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 라시디 씨가 4개월간 모은 벽돌은 700여 장. 앞으로 1천500여 장이 더 필요하다. 그는 "유치원 공사를 하면서 배운 기술로 혼자서도 집을 지을 수 있게 됐다"며 "월급과 함께 매달 4만5천실링씩 적립되는 퇴직금으로 꼭 집을 지을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에겐 급식을, 어른들에겐 소득을

유치원 건립 현장에서 100여m가량 떨어진 초등학교 뒤편 숲 속. 유치원생 50여 명이 그늘에 모여 우갈리(옥수수가루를 끓인 음식)를 먹고 있었다. 아이들은 1주일에 2회씩 급식을 받는다. 새마을봉사단이 오기 전까지는 돌봐주던 사람 없이 굶는 게 일상이던 아이들이다. 유치원 교사는 모두 주민들로 채워졌다. 이들은 인근 학교에서 전문적인 교사 교육을 받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우갈리를 다 먹은 아이들이 물통에서 직접 컵을 씻었다. 뽀드득 소리가 나게 깨끗하게 씻는 아이도 있고, 대충 두어 번 물에 헹궈 들고 가는 아이도 있다. 우갈리를 먹은 아이들이 앞다퉈 양치질을 했다. 이를 닦는 습관이 없다 보니 충치에 시달리는 아이들도 많았다.

유치원 인근에는 새마을회원들이 정미소를 짓고 있다. 마을 주민 중 90%가 벼농사를 짓지만 마을 안에 정미소가 없어 수㎞가 떨어진 마을로 나가 도정을 해야 했다. 인근 마을에서는 도정하는 데 1㎏에 60실링을 내야 하지만 새로 정미소를 지으면 부담이 확 줄어든다. 수익의 일부분은 적립해 구판장도 만들 작정이다.

소득 증대 사업으로 건조 과일 만들기와 바구니 제작도 시작됐다. 바구니는 우킨두 잎을 길게 찢은 뒤 말려서 염색을 하고 이리저리 꼬아 만든다. 이은정 단원이 말린 망고를 내밀었다. 마을에서 직접 수확한 망고로 만든 건조 과일이다. 이은정 씨는 "아직 시험 단계라 시판하진 못했지만 스톤타운에서 팔면 100g에 3달러는 받을 수 있어 상당한 수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스쿨리 부락에서 20여 분 떨어진 곳에 야외 작업장도 짓고 있다. 현재 건조대가 1대가 설치돼 있지만 9대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새마을회원들은 매주 수요일 정기 교육을 받으며 1천실링씩 기금을 적립한다. 새마을회원 28명이 2만8천실링을 적립하고 새마을 사업비로 2만8천실링을 매칭, 적립하는 방식이다. 카심 슐레이만 음둥가(52) 체주 마을 대표자는 "새마을운동은 사람들의 정신을 일깨우고 생각을 바꾸게 하고 있다"며 "새마을회원들을 중심으로 각종 사업들이 진행되면서 다른 주민들도 새마을운동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전체적인 교육과 홍보를 통해 더 많은 주민들을 이해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탄자니아 잔지바르에서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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