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애인들 재능 꽃피울 공간 필요"…장애인예술촌 조성 앞장 이흥렬 씨

사업비 20억원 소액 모금운동 전개

'발가락 시인' 이흥렬 씨가 자신의 방에서 발가락으로 좌판을 두드리며 시를 쓰고 있다.

"중증장애인들이 함께 모여 텃밭도 일구고 예술활동을 하는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요. 시민들이 조금만 관심을 갖고 정성을 보태면 장애인들에게 커다란 희망을 줄 수 있어요."

대구에서 한국민들레장애인문학협회를 조직해 20년 동안 장애인의 문학 향기를 전해오는 '발가락 시인' 이흥렬(59) 씨가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장애인예술촌 조성에 나서 주목되고 있다. 그가 구상하는 장애인예술촌은 2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대구 인근 6천600㎡에 장애인 10~20가구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시설 집단공동체와 달리 가정의 정서를 살려 개인 생활공간을 지어주고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마을공동체다.

그는 장애인예술촌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입주하는 장애인들은 각자 텃밭을 가꾸고 자신의 재능에 따라 미술, 서예, 문학, 공예 등 작품활동을 할 수 있다. 또 작은 카페를 운영하면서 장애인, 비장애 문학인들이 함께 작품 전시회와 공연을 하고 전문 강사를 초청해 장애인들의 예술 전문성 향상을 위한 문학강연도 정기적으로 연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게 나라와 민족, 영토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장애인들은 개인 생활이 허용되지 않는 집단 시설에서 벗어나 안락한 자신의 가정을 갖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어요."

그는 이달부터 장애인예술촌 조성을 위해 사업비 20억원 목표로 '땅 한 평 사기' 모금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모금은 많은 후원자가 동참할 수 있도록 1인당 1만~5만원의 소액으로 정했다. 그는 모금운동 시작 한 달도 안 돼 장애인을 중심으로 후원금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 매달 발행하는 민들레향기 소식지에도 모금운동 코너를 마련해 전국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는 사회단체나 시민들도 십시일반 동참해 장애인들이 꿈꾸는 예술촌 조성이 하루속히 만들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뇌변병 1급 장애인으로 두 손을 사용할 수 없고 걷지도 못한다. 초등학교도 졸업 못한 그는 49세 때 검정고시로 초'중'고 과정을 마쳤고 2010년에는 영진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해 화제가 됐다. 그는 1991년 발가락으로 펜을 잡고 쓴 시 300편을 묶은 시집 '앉은뱅이꽃'을 냈고, 1997년에는 역경 극복을 그린 영화 '앉은뱅이꽃'이 제작되기도 했다. 그는 올가을에 두 번째 시집을 발행할 계획이다. 현재 발가락으로 시를 적은 '이사' '감' '만남' 등 150여 편의 작품이 준비돼 있다.

"저는 앉은뱅이 장애인이지만 개인적인 꿈인 시집도 내고 공부도 하고 결혼도 했어요. 이제 장애인을 위한 예술촌을 만드는 게 남은 인생의 최종 목표입니다."

현재 한국민들레장애인문학협회는 전국 장애인 400여 명의 회원을 두고 매년 회원들의 작품을 모은 문집 '민들레'를 발행하고 민들레문학상을 시상하고 있다. 또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 가정에 장학금 전달은 물론 휠체어, 책 등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장애인예술촌 조성에 후원할 분은 국민은행 계좌 699601-04-135660 한국민들레장애인문학협회, 연락처 053)655-3786, 010-3548-1398.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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