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인지과학/프란시스코 바렐라 외 지음/석봉래 옮김/김영사 펴냄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할 수 있을까? 실체가 분명하지 않고 복잡한 인간의 마음을 학문적으로 이해하고 연구하기 위한 학문이 바로 1950년대 시작된 인지과학이다.
초창기 인지과학에서는 몸의 역할을 간과한 채 몸이란 뇌의 주변장치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이러한 이론에 반발하며 주류 철학이 무시한 몸의 중심성을 회복하고 몸을 마음 안으로 되돌려놓아야 한다는 '신체화된 인지'라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뇌가 곧 마음이라는 생각을 뛰어넘어 마음을 뇌와 몸 밖으로 확장시키고 뇌-몸-환경을 총체적으로 파악하려는 이론이다. 이 책은 이러한 인지과학 논쟁의 계기를 마련한 작품이다.
1991년 미국에서 출간됐으며, 국내에서도 1997년 '인지과학의 철학적 이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는 이 책은 세계적인 인지과학자 프란시스코 바렐라와 그의 제자 에반 톰슨, 인지과학자 엘리노어 로쉬가 현상학, 정신분석학, 불교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인간의 경험과 과학 간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한 인지과학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날카로운 학문적 통찰과 분야를 넘나드는 융합적 사고를 토해 과학적인 마음의 구조와 경험적 마음 사이에 공통된 기반이 있음을 치밀하게 입증해 간다.
저자들은 인지(認知)는 감각운동 능력을 지닌 신체를 통해 나타나는 경험에 의존하는 것임을 주장하며, 불교철학의 명상 역할을 바탕으로 인지 현상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추구한다. 이뿐만 아니라 진정한 지식, 참된 깨달음은 몸과 마음이 함께하는 체화된 마음에서 달성된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메를로 퐁티 이외에 동양의 사상가 한 명을 더 언급한다. 서기 2세기경에 활동했던 인도 승려 용수(龍樹)이다. 중관론의 창시자로 대승불교의 사상적 토대를 마련한 용수는 대상과 속성, 원인과 결과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이분법을 배격하고 "상호의존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이러한 이유로 공(空)이 아닌 것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며 주관주의와 객관주의 극단을 배격하는 중도의 입장을 취한다. 출간 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다시 해석되며 인지과학의 학문적 지평을 넓힌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 책은 원 번역자인 석봉래 미국 앨버니아대 교수가 새롭게 번역을 다듬었으며,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의 해제를 통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500쪽, 2만2천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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