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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예술] 김완준 계명아트센터 관장의 가곡 '무정한 마음'

"파바로티 완벽한 화음에 깊은 감명"

▲김완준 계명아트센터 관장
▲김완준 계명아트센터 관장

인생을 살다 보면 강렬하게 남는 한 페이지가 있다. 그것은 어떤 사건일 수도, 사람일 수도, 흔히 스쳐 지나가는 풍경일 수도 있겠지만, 예술인들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모든 역량을 담아 예술에 매진하고 그의 혼을 불태우게 만든 하나의 명작일 수도 있다. '내 인생의 예술'코너에서는 지역의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예술 인생에 크나큰 영향을 끼친 그만의 '명작' 이야기를 들어본다.

김완준(63) 계명아트센터 관장은 지역 음악계에서 '초대'라는 이름을 가장 많이 누린 인물이다. 1992년 대구시립오페라단이 결성됨과 동시에 초대 감독을 맡아 9년의 시간을 보냈다. 2003년부터 4년 넘게 오페라하우스 초대 관장도 지냈다. 현재는 대구성악가협회장도 맡고 있다. 계명아트센터 관장 역시 초대다.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에 있어서라면 남에게 뒤지지 않는 인물이다. 40세의 늦은 나이에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랐을 정도다. 지금도 방학을 맞으면 늘 그의 여행 테마는 '오페라'다. 세계 각국의 오페라 극장을 둘러보는 것이 그만의 공부법이자 휴식법이다. 김 관장은 "오페라 극장을 보면 그 도시의 문화와 부의 척도, 그리고 시민들의 수준을 한눈에 가늠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고 했다.

이런 그가 맨 처음으로 꼽는 명곡이 바로 카르딜로의 '무정한 마음'(Core'n grato)이라는 나폴레타나(이탈리아 나폴리 지역의 가곡)이다. '카타리, 카타리'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곡은 나폴리 특유의 힘차고 아름다운 나폴레타나와는 달리 슬프고 서정적인 선율을 가졌다. 김 관장은 "남자가 한 '카타리'란 이름의 여성을 사랑했는데 이 여자가 수녀가 되어 수녀원에 들어가게 된 가슴 아픈 사연을 담았다고 한다"며 "카르딜로는 이 곡을 작곡하고 3류 작곡가라는 손가락질을 받아 미국으로 이민을 가기에 이르렀지만 엄청난 사랑을 받으며 현재는 이탈리아 가곡의 대표곡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김 관장이 이 곡에 애착을 갖게 된 것은 1993년 파바로티의 내한 공연을 관람하면서부터다. 그는 "이 곡을 그렇게 완벽하게 절정의 감정으로 불러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며 "나도 그만큼 부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에 40대 시절 부단히 연습했고, 무대에 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곡을 선곡했었다"고 털어놨다.

또 하나 김 관장의 인생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음악은 바로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자 주인공 네모리노(테너)의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이다. 대학 3학년 때 학교에서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공연하기 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실시했는데 당시 오디션 곡이 바로 이 곡이었다. 김 관장은 "누구보다 잘 불렀다고 자신했는데 그만 4학년 선배에게 밀려 떨어지고 말았다. 그래도 무대에 한번 서고 싶은 욕심에 교수를 찾아가 배역을 달라고 졸랐더니 내 목소리는 테너임에도 불구하고 '벨코레'(바리톤) 역을 주더라. 그때 하도 분한 마음에 연습이 있을 때마다 쉼없이 불렀던 곡이라 더없이 애착이 간다"고 했다.

이제 정년을 코앞에 둔 나이. 하지만 김 관장은 여전히 '청년'의 마음이다. 그는 "요즘은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자신의 현재 나이에 0.7을 곱해 살아야 한다고 하더라"며 "그렇게 따지면 이제 고작 44세일 뿐"이라고 웃었다. 요즘 사이클 타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는 김 관장의 꿈은 "구순 음악회를 여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관장은 "최근 지역 음악계 원로가 팔순 음악회를 여는 것을 보고 앞으로 평균 수명'건강 수명이 더 길어지는 만큼 좀 더 높은 도전 목표를 잡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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