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베 웃으면, 한국은 긴장한다?

엔저 가속화로 증시 악재…수출 줄고 국내자금 이탈

2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압승을 거둠에 따라 일본 국민이 아베노믹스에 지지를 보내며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엔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힘 실리는 아베노믹스, 국내 증시에는 악재

아베노믹스가 탄력을 받게 되면 국내 증시는 역풍을 맞게 된다. 무제한 양적 완화로 대표되는 아베노믹스가 일본 증시를 끌어 올리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일본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또 엔저로 인해 국내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이번 선거가 국내 증시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순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이 대승을 거둔 만큼 아베노믹스가 강화될 개연성이 높다. 단기적으로 엔화 약세가 진행될 수 있어 국내 증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엔저 현상이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되었기 때문에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아베노믹스를 위해 어떤 전략을 쓸지 확인해야 한다. 급격한 엔저가 단기금리 상승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에 아베 정권은 헌법 개정 등 구조적 개혁을 통한 성장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엔저 심화 때 수출기업 타격

일본의 노무라증권은 아베 정권의 참의원 선거 압승으로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엔·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100~105엔, 내년에는 105~110엔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세계 72개 금융기관이 블룸버그에 제공한 엔·달러 환율 전망치도 올 4분기 105엔, 내년 1분기 107엔에 달했다. 이는 일본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에 적신호가 켜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펴낸 보고서 '엔화 가치 급락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올해 엔·달러 환율이 연평균 100엔을 기록하면 국내 총수출이 작년보다 2.6%, 110엔일 경우에는 5.2%, 120엔일 경우에는 7.3%나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지난해 기준 국내 제조업체 영업이익이 5.5% 감소하고 영업이익률도 0.2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하반기 엔화 약세는 상반기보다 덜 급진적인 형태를 띠겠지만 엔저가 장기화되면 한국 기업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일본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공세를 취하면 수출 경합도가 높은 철강, 자동차, 기계 산업 등을 중심으로 충격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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