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정전협정 60주년

1957년 모로코군이 남부 항구 도시 이프니와 주변 지역을 지배하고 있던 스페인군에 선제공격을 가해 '이프니 전쟁'이 벌어졌다. 모로코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스페인에 식민 지배하던 지역의 반환을 요구했으나 스페인이 모로코의 북부 지역은 되돌려주되 이프니와 주변 지역은 계속 자국 영토로 두겠다고 고집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프니는 1860년부터 스페인에 빼앗겨 식민 지배의 상징과도 같은 도시였다.

모로코는 프랑스의 지원을 기대했으나 프랑스는 스페인 편을 들어 모로코에 불리하게 전개됐다. 결국, 8천여 명의 전사자가 발생한 모로코는 300여 명이 희생되는 데 그친 스페인에 패배해 이듬해 전쟁이 종결됐다. 그러나 모로코는 이프니를 제외한 영토를 돌려받았고 이후에도 줄기차게 이프니의 반환을 요구, 버티다 못한 스페인으로부터 1969년에 이 지역을 되돌려받았다. 스페인 사람들은 전쟁에서 승리했으나 최종적으로 모로코의 요구에 굴복한 '이프니 전쟁'을 '잊힌 전쟁'으로 부른다. 기억에서 지우고 싶어했으므로 실상은 '잊고 싶은 전쟁'일 것이다.

이프니 전쟁보다 7년 전에 일어난 한국 전쟁 역시 우리나라 국민에게 '잊을 수 없는 전쟁'이지만, 미국에서는 '잊힌 전쟁'으로 통한다. 미국으로서는 자국 병사 3만 6천여 명이 전사하고 9만 2천여 명이 부상당하는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최종적으로 승리하지 못했고 1960년대와 70년대에 일었던 반전 여론에 묻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전쟁은 16개국이 참전함으로써 유엔의 집단 안보 체제가 처음으로 작동, 공산화 시도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27일 한국 전쟁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한국과 미국이 서로 정부 대표단을 보내 성대한 기념식을 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기념식에 참석한다. 참전 16개국 중 수도에 유일하게 참전비가 없는 영국에서는 참전비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전쟁이 더는 '잊힌 전쟁'이 아니라 의미를 되새기고 재평가해야 할 전쟁이라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정전협정은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의미에 비추어 평화 체제로 전환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남북통일을 지향해야 한다. 정전협정 60주년의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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