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합병원이 멀어도, 밤에 아이가 아파도…대구에선 걱정 뚝!

중심병원 1차 응급처치, 협력병원 옮겨 조용한 진료

중심병원에서 협력병원으로 옮겨갈 때 이를 유도하는 역할은 전담 코디네이터 간호사가 맡는다. 이들은 병원과 환자의 의사를 확인한 뒤 이송 여부를 결정한다. 사진은 경북대병원 응급실에서 코디네이터가 환자에게 응급 치료 후 태블릿PC로 협력병원 관련 정보를 안내하는 모습.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중심병원에서 협력병원으로 옮겨갈 때 이를 유도하는 역할은 전담 코디네이터 간호사가 맡는다. 이들은 병원과 환자의 의사를 확인한 뒤 이송 여부를 결정한다. 사진은 경북대병원 응급실에서 코디네이터가 환자에게 응급 치료 후 태블릿PC로 협력병원 관련 정보를 안내하는 모습.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올해 5월 7일 지역 최초로 문을 연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응급센터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아기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제공
올해 5월 7일 지역 최초로 문을 연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응급센터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아기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제공

대구의 응급의료가 달라지고 있다. 늘 복잡하기 그지없고, 불친절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을 바꾸기 위해 '지역응급의료 네트워크사업'을 시작했고, 어린이 응급환자를 위해 '소아응급센터' '야간'공휴일 소아병원'도 들어섰다. 교통사고, 추락 등의 사고로 큰 부상을 입었을 때 여러 진료과 전문의들이 한 번에 투입돼 응급치료에 나서는 '권역외상센터'도 가동한다. 경북대병원에 들어서는 '권역외상센터'는 국비 80억원을 들여 외상 전용 중환자실(40병상), 혈관조영실, 전용 중환자 병상 등이 설치되고, 3교대 4개조 외상팀을 구성해 24시간 365일 빈틈없이 대응하게 된다.

◆전국에서 처음 시작한 '지역응급의료 네트워크사업'

평소 불면증에 시달리던 강모(45) 씨는 어느 날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다가 이튿날 깨어나지 못했고, 근처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도 여전히 깨어나지 못했다. 부랴부랴 경북대병원 응급실로 옮겼고, 병원 측은 수액을 주사하며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다행히 강 씨는 이날 오후 4시쯤 깨어났고, 전날 수면제 20알을 먹었다고 했다. 병원은 바로 퇴원하기보다는 좀 더 지켜보자며 협력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했다. 강 씨는 집 근처 병원에서 차츰 회복했고, 나흘 뒤 퇴원했다.

최모(29) 씨는 저녁 식사 후 운동 삼아 산책 나왔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심한 부상은 아니었지만 경북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뇌와 얼굴, 목뼈, 가슴 및 배 CT 촬영을 했지만 다행히 별 이상은 없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병원 측은 협력병원으로 가서 경과를 지켜볼 것을 제안했고, 최 씨는 2차병원에서 한 달간 물리치료를 받은 뒤 회복했다.

경북대병원 응급실(권역응급의료센터)에는 하루 평균 140여 명, 주말'공휴일에는 200여 명이 찾는다. 응급실 침대가 모자라 간이침대에 주사를 꽂고 누워 있는 광경은 낯설지 않을 정도다. 이런 상황은 해가 갈수록 심해졌다. 응급실 규모와 의료진은 그대로인데, 환자는 계속 늘었다. 2010년 3만7천여 명 선이던 응급실 환자는 2011년 4만4천여 명, 2012년 5만여 명으로 늘었다. 매년 15%가량 느는 셈인데, 올해는 5만5천 명도 훌쩍 넘길 전망이다.

병실은 모자라고 환자들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지역응급의료 네트워크사업'. 쉽게 말해 응급환자를 나눠서 돌보자는 것이다. 경북대병원과 계명대 동산병원 등 중심병원 응급실에 온 환자의 응급 처치를 한 뒤 상황에 따라 2차병원(협력병원)으로 옮겨서 진료받도록 유도하는 것. 중심병원에서 받은 검사를 협력병원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중 검사 부담도 덜 수 있게 됐다.

전국에서 처음 시도된 것이며, 대구를 본떠 서울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환자와 보호자는 불안하다며 2차병원에 가기를 꺼렸다. 지난해 11월 처음 시작했을 때 한 달간 2차병원으로 옮겨간 환자는 53명에 불과했지만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올해 3월 127명, 4월 139명, 5월 164명으로 늘었고, 6월엔 186명이 옮겨갔다.

경북대병원이 올해 4, 6월 두 차례 이 사업의 만족도를 조사했다. 옮겨간 협력병원의 진료과정과 결과에 대한 만족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182명 중 133명(약 72%)이 '매우 만족, 만족, 보통' 이상이라고 답했다.

◆어린이 응급환자 위한 전용센터 가동 중

한모(34'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씨는 얼마 전 10개월 된 아들이 이유 없이 보채고, 혈변과 구토가 있어 동네 소아과를 찾았다가 '장중첩증' 진단을 받았다. 큰 병원에서 처치를 받으라고 했지만 마침 저녁시간이라 막막했다. 한씨는 얼마 전 소아응급센터가 문을 열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을 떠올렸고, 계명대 동산병원으로 달려갔다. 곧바로 소아과 전문의가 진찰을 시작했고, 치료도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아기는 별 탈 없이 퇴원할 수 있었다.

12세 정모(경북 구미시 공단동) 군도 소아응급센터 덕분에 생명을 건졌다. 갑작스러운 심장발작으로 구미 모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증상이 계속 나빠져 동산병원 소아응급센터로 실려왔다. 심장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한 의료진은 재빨리 집중치료실로 옮겨 수술에 들어갔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자칫 귀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올해 5월 7일 지역 최초로 어린이 응급환자를 위해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응급센터가 문을 열었다. 12병상 규모로 집중관찰구역, 음압격리실, 처치실(수술실), 전문 심폐소생실 등이 있고 최신 소아용 의료장비도 갖췄다. 하루 평균 어린이 응급환자 30~50명이 찾는다. 오후 9시부터 자정 무렵에 특히 많다. 사고 외에는 고열, 갑작스러운 복통, 두드러기, 천식, 호흡곤란 등으로 찾아온다. 최근 볼거리나 수족구병, 뇌수막염 환자도 많이 찾는다.

전국 최초로 대구에서 시작한 '야간'공휴일 어린이병원'도 서서히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야간'공휴일 진료를 시작한 시지열린아동병원의 경우, 올 7월까지 무려 1만6천500여 명이 찾았다. 하루 평균 28.4명이 찾았고, 주말에는 84.4명이 몰렸다.

야간진료는 평일 오후 9시~자정, 토요일 오후 7~11시, 일요일 오후 5~9시까지다. 한영한마음아동병원은 올해 6월 1일부터 시작해 7월 14일까지 2천98명을 진료했다. 하루 평균 평일 36.5명, 주말은 69.3명이 찾아왔다.

경북에서도 환자가 온다. 어느 일요일 오후 8시 40분에 경북 의성에서 고열로 위험한 아기가 있다며 전화가 걸려왔다. 20분 뒤인 9시 진료 마감이었지만 의료진은 기다리기로 했다. 오후 10시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부모가 열이 40도가 넘는 아기를 데리고 왔다. 의료진은 곧바로 해열제를 주사하는 등 치료에 나섰고, 야간에 응급 입원조치도 해주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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