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은 대부분 날씨를 주제로 대화를 시작한다. 미국 여행 작가 빌 브라이슨이 토네이도나 거센 눈보라 등 극적인 자연현상이 없는 영국에서 날씨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했을 정도다. 영국의 문화인류학자 케이트 폭스가 '영국인 발견'이라는 저서를 통해 해답을 제시했다. 영국인이 날씨에 관심 많은 것이 아니라 태생적으로 수줍음이 많아 대화를 원활히 이끌어 나가려고 무난한 날씨 이야기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땅히 할 말이 없으면 날씨 이야기를 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폭스에 따르면 영국인들은 사교가 불편하더라도 필요한 것이므로 예의를 중시하는 방식으로 추구한다. 칭찬을 잘하고 싫은 티를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것이다. 또 분위기가 진지하게만 흐르는 것을 싫어해 농담을 즐겨 하는데 자기 비하를 곁들이거나 신랄한 것이 특징이다. 자기 비하적인 농담 역시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려는 예의에서 비롯된다. 전통과 질서를 중시하는 '신사의 나라' 국민답게 계급의식이 강하며 튀는 것을 천하게 여기는 사고방식도 지니고 있다.
영국의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부부가 출산한 아기가 '조지 알렉산더 루이스'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윌리엄 왕세손은 영국인답게 아기가 엄마를 닮고 자기보다 머리숱이 많아 다행이라며 자기 비하가 섞인 농담을 구사했다. '조지'라는 이름은 영국 왕실에서 이미 6명의 왕이 사용했던 흔한 이름이다. 그뿐만 아니라 왕세손 부부와 엘리자베스 여왕, 찰스 왕세자 등의 이름도 너무나 보편적이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영국 왕실은 리처드, 존, 에드워드, 찰스, 헨리, 메리, 앤 등 하나같이 흔한 이름으로 가득 차 있다.
옛날 프랑스 왕가의 샤를, 앙리, 루이, 스페인 왕가의 펠리페, 카를로스, 독일 왕가의 프리드리히 등도 흔한 이름이었지만 영국 왕실은 그러한 특징이 더욱 뚜렷하다. 왕실뿐만 아니라 마거릿 대처, 존 메이저, 토니 블레어, 데이비드 캐머런 등 전'현 총리들의 이름도 마찬가지며 영국 국민 역시 피터, 톰, 폴, 빅토리아, 조안 등 흔한 이름을 많이 갖고 있다.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을 애용하며 튀는 것을 싫어하는 국민적 기질 때문으로 보이는데 전통의 바탕 위에서 많은 화제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영국의 강점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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