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스마트 도시농부' 중 한 명이다. 그는 외출 중에 틈틈이 스마트폰을 통해 가정에 마련된 '스마트 텃밭'을 확인한다. 자신의 텃밭 상황이나 날씨, 온도 등을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하고 때에 따라 물주기나 수확, 밭 갈기 등을 원격으로 조정한다. 출퇴근 중에는 무료한 시간을 달래려고 스마트폰을 통해 가상의 농장을 육성하는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가상 농장에서 고추나 배추, 당근 등을 키우고 이를 가상 시장에 내놓고 판다. 이를 통해 모인 게임 포인트로 실제 농산물을 집으로 배달받기도 한다. 이뿐 아니다.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인근 도시농업공원을 찾는다. 가정에서도 자동시스템을 통해 채소를 키우지만 아이에게 직접 채소를 키우면서 얻는 교육적 측면을 고려해 텃밭을 분양받았다.
미래 도시농업의 모습은'편의성' 이다. 첨단기술이 접목돼 굳이 밖으로 나가 텃밭을 가꾸지 않더라도 집안이나 건물 내부 어디서나 손쉽게 농작물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와 함께 '슬로우 농업'도 공존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의 도움 없이 직접 심고 키우고 수확하는 원시적인 형태의 농업도 여전히 도시인들에게 인기를 끌 것이다.
농촌진흥청 송정섭 박사는 "미래 도시농업은 먹거리 개념을 넘어 볼거리, 즐길 거리, 치유거리까지 다원적 기능을 가진 개념으로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해지는 농작물 재배
실내는 실외처럼 햇볕이 부족해 농작물을 키우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햇볕을 건물 내부로 유입시키는 기술이 발달해 햇볕을 한 곳에서 받아 필요한 만큼 사용하고 부족한 부분은 LED로 보완하는 자연채광 재배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텃밭이 매트형태로 생산돼 집안 곳곳에 두고 키울 뿐 아니라 냉장고나 오븐, 식기세척기 등에 부착된 빌트인 형태로도 만들어진다. 또한 자동관리 스마트 텃밭도 등장한다. 이 텃밭은 빛과 양분을 자동으로 공급하고 조절할 수 있으며 외출 시에도 스마트 기기 등을 통해 원격제어할 수 있다.
옥외나 옥상에 마련된 텃밭이나 정원을 통해 걸려진 깨끗한 공기를 실내로 끌어들여 실내 공기정화를 하는 시스템도 나온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여름철 건물 안 에너지를 절약하는 한 방법으로 공기 정화식물과 청정기를 결합한 벽면녹화 시스템인 '바이오 월'(Bio wall)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식물 잎이 필터 역할을 해 휘발성 물질 흡수 등 공기정화 기능을 하게끔 만든 제품이다. 또한 실내온도도 평균 0.7℃, 최대 3℃ 정도까지 낮출 수 있도록 해 냉난방비의 15%까지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촌진흥청 정명일 박사는 "미래는 소비자들이 큰 수고 없이 농작물을 재배하고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농작물을 통해 다양한 부가 효과도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종자도 진화한다. 대표적인 예가 '캡슐씨앗'이다. 캡슐씨앗은 캡슐 안에 씨앗이 들어 있어 캡슐 자체를 땅에 묻고 물을 주면 캡슐이 녹으면서 씨앗이 자연스레 심기는 원리다. 원하면 만큼 소량을 구매할 수 있고 손에 흙을 묻히지 않아도 되며 발아율도 높은 편이다.
최근 국내 한 업체는 이 제품을 개발해 '2012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에서 수상했고 국내 특허 등록도 마친 상태다. 업체 관계자는 "앞으로 농촌이 점점 사라지면서 도시농업이 보편화될 것"이라며 "아파트 베란다 등에서 손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캡슐씨앗을 착안해냈다"고 말했다.
교육용 도시농업도 크게 발전하면서 스쿨팜이 하나의 대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텃밭체험을 넘어 수업 시간에 다양한 교육용 식물키트를 통해 간단하게 식물을 키우고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원이 텃밭을 품는다
도심공원은 수풀 사이를 거닐며 휴식하는 장소로 인식된다. 하지만 미래의 도심공원은 개념이 달라진다. 단순히 보고 쉬는 공간에서 도시농업과 결합해 체험하고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도시농업공원'으로 탈바꿈하는 것.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는 시범적으로 도시농업공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4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도시농업공원을 만들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도시농업공원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대구시 또한 2015년까지 도시농업공원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문을 연 인천시 십정동 부평도시농업공원은 방치되던 시설부지(3천379㎡)에 8천여만원을 들여 전국 처음으로 조성된 도시농업공원이다. 이 공원은 장애인이 직접 작물을 가꿀 수 있는 상자텃밭과 지역아동센터나 어린이집 어린이들이 견학'체험할 수 있는 텃밭, 주민센터 등 지역 단체를 위한 텃밭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공원은 여러 단체에서 수시로 현장 견학을 온다고 한다.
부평구는 이 공원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작물을 소외계층에서 무료로 나눠주기도 한다. 부평구청 공원녹지과 조문레 팀장은 "도시농업을 보급하기 위해 유휴지를 텃밭공원으로 꾸몄다"며 "이 공원은 한시적으로 운영되지만 앞으로 정식 도시농업공원 조성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경기 시흥시는 7월 11~14일 도시농업박람회가 열린 정왕동 호수공원 일대를 도시농업공원으로 조성했다. 호수공원 일대 1만5천600여㎡에 힐링텃밭과 외국인텃밭, 논, 상자텃밭 등 다양한 텃밭으로 꾸몄다. 원래 공원이었지만 잡초가 쓰레기가 가득했던 방치된 공간을 도시농업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1억원 정도를 들여 도시농업공원으로 탈바꿈시킨 것. 시흥시는 이곳을 앞으로 시설 등을 꾸준히 보완해 전국적인 도시농업공원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또한 테니스장이었던 용산구 노들섬 2만2천500여㎡를 지난해 도시농업공원으로 꾸몄다. 이곳은 맹꽁이논을 포함해 시민텃밭, 공동체텃밭, 토종밭 등으로 구성돼 운영되고 있다.
미래에는 이 같은 도시농업공원이 일반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대구경북연구원 석태문 박사는 "도심공원은 도심에 있는데다 농작물을 키우고 휴식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진 공간"이라며 "도시농업공원은 시민들이 공원을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지자체 입장에서 공원 유지에 대한 부담을 덜기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대안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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