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편지] 잘못된 구강상식

우리 아버지는 치아가 안 좋으셨다. 게다가 당뇨병까지 있어서 치아가 더욱 나빠졌다. 치과대학을 다니며 학생실습을 할 때 아버지의 치아를 빼고 부분틀니를 해 드린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버지는 내가 가운을 입고 병원에서 오가는 모습에 감격하시며 그 힘든 치과치료를 감당했다. 하지만 아버지 치아가 몇 개씩 한 번에 뽑혀나가는 상황을 지켜보며 자식들 키우시느라 고생하셔서 치아가 빠져나가는 것 같아서 슬펐던 기억이 난다.

그때 치과치료가 힘드셔서 그랬는지 이후로는 잇몸약을 사서 드시면서 "약을 먹으니까 치아가 단단해지는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 그러면 나는 "아버지, 잇몸약 광고를 너무 믿으면 안 돼요. 잇몸질환은 치과에서 치료를 해야 해요"라고 하면서 치과치료를 권했지만 아버지는 치과에 오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다. 잇몸질환이 약으로만 치료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잇몸질환은 질병을 일으키는 유발인자가 따로 있다. 치태나 치석같은 물질이 잇몸을 자극해 질병이 발생하고 진행된다. 약을 먹어서 치태, 치석이 없어진다면 (약이)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므로 효과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잇몸질환은 내과의 질병처럼 약으로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외과 처방으로 원인 제거가 필요하다.

또 하나 잘못 알려진 구강상식이 있다. 구강건강에 대한 강의를 하러 가면 꼭 나오는 질문이 있다. "스케일링을 하고 나면 치아가 시린데 스케일링을 할 때 이가 깎여 나가는 게 아닌가요?"하는 질문이다. 스케일링은 치아에 붙어 있는 치태 및 치석만 제거하는 치료이다. 따라서 치아에는 전혀 손상을 주지 않는다. 스케일링 후 치아가 시린 것은 두껍게 붙어 있던 치석을 모두 떼어낸 후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치석 때문에 존재했던 잇몸염증이 좋아지면, 부어있던 잇몸이 수축되면서 치아뿌리가 노출되기 때문이다. 시린 것은 시간이 지나면 원상회복된다. 따라서 스케일링은 꼭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치아가 부실하면 일상생활에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할 뿐 아니라 이에 따른 스트레스로 정신건강에도 해롭다. 음식을 씹는 저작활동은 치매예방과 기억력 유지에도 도움이 되기도 하고 치아를 잃으면 심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따라서 치아건강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못된 구강상식으로 치아건강이 나빠지지 않도록 주위 가까운 치과에 방문해서 구강검진과 함께 올바른 관리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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