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150m 트랙 웜업시설 왜 빠졌나
예산 725억원을 투입한 육상진흥센터 준공 승인이 미뤄지는 이유는 선수들이 몸을 푸는 '웜업장'(Warm up area) 시설 때문이다. 웜업장에 4개 레인을 갖춘 150m 트랙이 있어야 대구시가 목표로 하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시설 기준에서 1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공사와 대구시, 양측의 책임 소재를 떠나 웜업장 시설을 추가로 갖추는데 100억원 정도의 추가 사업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미숙한 행정과 시공사와 소통 부족으로 엄청난 혈세가 투입되는 것은 물론 '육상도시 대구'의 명성에 금이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왜 이렇게 됐나?
대구 수성구 삼덕동에 위치한 육상진흥센터. 건물 외관과 내부는 제 모습을 갖췄지만 아직 준공 승인을 받지 못했다. 현재 논란이 되는 곳은 웜업장. 선수들이 경기 전에 몸을 푸는 공간인 이곳에는 직선 레인만 있다. IAAF 규정에 따르면 선수들이 경기 전 몸을 푸는 준비운동지역인 웜업장에는 4개 시설이 들어가야 한다. 6개 레인의 50m 직선 주로, 경기 트랙과 유사한 표면의 도약시설, 포환던지기 투척 연습 지역 그리고 4개 레인을 갖춘 150m 원주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웜업장에는 이 150m 원주가 빠져 있다. 이미 공사가 끝난 상황이라서 이 시설을 육상진흥센터 안에 추가로 설치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육상진흥센터는 시공업체가 설계부터 시공과 건설을 모두 도맡아 하는 '턴키(Turn Key) 방식'으로 건립됐다. 대표 시공업체는 삼성물산이며 대구 지역 건설사인 화성, 서한, 인터불고 건설과 컨소시엄을 형성했다. 이중 삼성물산의 출자 비율이 49%로 가장 높다.
②설계 승인 단계에 왜 못봤나
◆규정도 제대로 모른 대구시
발단은 대구시가 시공사 측에 구체적인 시설 규정을 전달하지 않은 데서 발생했다. 최초 '입찰 설명서'에는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는 본 시설이 IAAF 시설 규정을 충족해 국제경기대회 개최가 가능하도록 기본 설계를 수행한다'는 항목이 들어가 있었으나 웜업장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었기 때문. 이후 삼성물산은 현상설계 공모를 했고, 서울에 있는 DMP 종합건축사무소가 센터 설계를 맡았다. DMP 종합건축사무소 관계자는 "우리는 발주처의 규정에 정확히 준수해 설계했으며 지금 문제가 되는 웜업장 규정은 당시 입찰 주문서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설계 승인 단계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2010년 시는 시공사 측이 제출한 설계를 승인했으며, 2010년 3월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대구시 측은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하고 공사 현장에 상황을 알렸다. 대구시 관계자는 "발주처인 대구시가 정확한 시설 규정을 숙지하고 한 번 더 확인했어야 했는데 실수를 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③준공 승인 미루면 해결되나
◆책임 떠넘기는 시-시공사
대구시는 설계 승인 과정에서 시가 잘못했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시공사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수백억원이 투입된 국가 시설을 턴키 공사로 발주한 것은 시공업체의 전문성을 믿고 설계까지 다 맡긴 것"이라며 " IAAF 시설 규정을 정확히 찾아보고 설계하는 것도 시공사 몫인데 '시가 설계 승인을 해줬으니 우리는 문제 없다는 식'의 태도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
현재 대구시는 준공 승인 보류를 이유로 시공사 측에 잔여 공사 대금 84억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구시가 의뢰한 내용대로 사업을 수행했는데 인제 와서 웜업장 등 보조경기장 시설 규정을 문제 삼는다는 것. 하지만 삼성물산도 IAAF 시설 규정을 다시 한 번 정확히 확인했으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우리는 의뢰받은 용역 보고서 내용을 기반으로 사업을 수행했다. 공사가 끝난 뒤 발주처에서 이 같은 규정을 문제 삼아 책임을 묻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준공 승인이 미뤄지면서 잔여 공사 대금도 아직 받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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