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휴가의 의미

아무리 더운 여름이지만 나무그늘 아래에 누워 살짝이 부는 바람을 느낄 여유만으로도 마음속 깊숙이 시원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휴가를 한자로 쓰면 휴(休)는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쉬는 형상을 나타낸다. 의미 역시 학업이나 업무를 일정기간 동안 쉬는 일을 말한다. 간단히 말해, 휴가란 삶의 여유이다. 일상에서 흔히 하는 '내려놓아야만 들어 올릴 수도 있다'는 말처럼 일상을 내려놓고 잠시 쉬어가는 삶의 빈틈이 '휴가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휴가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재충전의 시간을 주는 것이다. 메마른 마음에 내리는 한줄기 비처럼 삶이라는 큰 그림에 여백을 주는 것이 휴가의 진정한 의미다. 예전 광고 카피 중에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문구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 통계결과를 보면 전 세계 산업국가 중에 우리나라가 노동시간은 가장 많고, 일 년에 쓰는 휴가기간은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일에 중독된다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 줄 모른다. 할 일이 없으면 불안해지고,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는 것이 마음 편한 사람들을 두고 흔히 '일 중독자'라 말한다. 일례로 어떤 대기업의 임원이 직원들에게 자신은 30년을 근무하면서 휴가를 단 한 번 사용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새벽종이 울리고 새 아침이 밝을 때부터 삽을 들고 나가던 시절이나 1970, 80년대처럼 저임금과 근로자의 노동력 착취로 앞만 보고 쉼 없이 달리기만 해서 성과로 이어지던 산업화시대는 지나갔다. 물론 그때의 노력과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2013년, 이젠 세상이 바뀌고 사람들의 정서가 바뀌었다. 가끔은 천천히 가면서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어야 업무에서도 더욱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가끔 떠나라. 떠나서 잠시 쉬어라. 그래야 다시 돌아와서 일할 때, 더 분명한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다. 쉬지도 않고, 계속 일을 하다 보면 판단력을 잃게 되니 조금 멀리 떠나라. 그러면 하는 일이 좀 작게 보이고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면서 어디에 조화나 균형이 부족한지 더욱 자세하게 보일 것이다." 인류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인물로 평가받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글이다. 이 글처럼 휴가가 우리에게 주는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자. 머릿속을 비우고 더 넓고 더 크게 생각해보자,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지자. 그럼 더 나은 삶이 눈앞에 보일 것이다.

박대성<파워엔터테인먼트 기획실장·power11@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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