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정 출발'한 육상도시의 꿈…

웜업장 없는 진흥센터, 국제대회 개최 못해…아마 경기장 전락 우려

육상진흥센터의 '웜업장'(Warm up area)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시설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계기로 육상도시로 거듭나려는 대구시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육상진흥센터가 IAAF의 공인을 받지 못하면 IAAF가 인정하는 세계 대회를 치를 수 없어 국내용 경기장으로밖에 활용될 수 없게 된다. 더욱이 국가대표급인 엘리트 선수들은 국내 대회라도 웜업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대회 참가를 꺼려 아마추어 대회 경기장으로 전락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대구시와 육상계에 따르면 실내육상경기장은 IAAF의 시설 규정에 따라 1~5급으로 나뉘어 있다. 이 중 IAAF는 1~3급만 승인한다. 웜업장이 규정에 미달하는 육상진흥센터는 현재 4등급. 웜업장이 규정대로 갖춰졌으면 1등급 시설이 돼 IAAF가 승인하는 각종 실내육상선수권대회를 치르는 데도 문제가 없다.

대구시가 5월 유치 신청을 한 2017 세계마스터즈 실내육상선수권대회는 IAAF가 주관하는 대회가 아니다. 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연맹(WMA)이 주최하는 이 대회는 남'여 35세 이상의 연령층이 참가하는 순수 아마추어 대회.

IAAF가 주관하는 실내육상선수권대회나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등 대륙별 실내육상선수권대회, IAAF 주니어 실내육상선수권대회 등 국제적인 대회 유치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이 주관하는 대회는 가능하지만 웜업장이 없는 상태에서 엘리트 선수들은 부상 등을 우려해 잘 출전하지 않는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이 육상진흥센터 개관에 맞춰 올 12월에 시설 테스트를 겸한 국내 대회를 준비하고 있지만 웜업장 시설 미비로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다.

높이뛰기 국가대표를 지냈던 이진택 대구교대 교수는 "국가대표 전지훈련, 각종 세미나 등을 계획하면서 육상인들이 큰 기대를 걸었는데 어이없는 일이 벌어져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다.

이처럼 육상진흥센터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2011 대회 이후 육상진흥센터 건립을 통해 육상도시로 위상을 높이려는 대구시의 계획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애초 대구시는 육상진흥센터 내의 경기장과 아카데미를 통해 육상 저변 확대뿐만 아니라 강의, 세미나, 토론 등을 통해 국내 육상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대구를 국내 육상의 메카로 발돋움시킨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었다. 한 육상인은 "육상진흥센터 건립은 세계 육상인들과의 약속이다.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오스트리아 린츠나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지의 실내육상경기장도 인근에 웜업장을 별도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며 "U대회 스포츠센터가 완공되면 웜업장 기능을 겸하도록 해 육상진흥센터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기획취재팀=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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