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 집중 인터뷰]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 수석부대표

사석에서 박 대통령을 '누나'락 부를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윤상현(51) 새누리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요즘 '실세'로 간주되고 있다.

'NLL 대화록'과 국정원 국정조사를 둘러싸고 여야가 격돌하고 있는 현재의 정국에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나 최경환 원내대표보다 더 자주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새누리당은 윤상현당'이라는 말까지 회자됐다. 황 대표가 워낙 유약(柔弱)해 보이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친박계인 최 원내대표까지 제치고 윤 수석부대표가 정국의 키를 쥐고 있는 핵심인사로 비치게 된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궁금했다.

무색무취한 황 대표가 다소 '괄괄한' 성격의 최 원내대표에게 밀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여야 정치권이 국정원 댓글사건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대화록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첨예하게 격돌하면서 정국은 당 대표보다는 원내대표가 주도하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원내 수석부대표는 최 원내대표와 함께 새누리당의 원내 전략을 실무적으로 조율하고 야당과의 실전을 치르는 '공격형 미드필더'일 수밖에 없다.

"원내 수석을 맡으면서 강경파라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는데 사실 저는 그동안 상식과 법, 원칙이라는 큰 테두리에서 누구보다 합리적으로 문제에 접근해왔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윤상현당'이라는 말은 야당이 공세적 측면에서 저를 공격하려고 한 얘기다."

사실 그는 NLL 대화록 공개를 둘러싸고 여야가 논란을 벌이는 와중에 원칙을 고수했다.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화록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고 국가기록원에서 대화록을 찾지 못하자 '사초(史草) 실종' 의혹을 규명하자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야당으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당시 황 대표가 "정치권에서 밝히는 것이 정도"라며 검찰 수사 의뢰를 주저하면서 야당과의 타협에 나서고 있을 때였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화록이 실종됐을 수도 있다'며 민주당이 역공세를 취할 때였다. 윤 수석은 최 원내대표와 상의한 뒤 NLL 대화록 실종 의혹을 새누리당 단독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황 대표가 머쓱해졌다.

야당이 자신을 강경파로 공격하는 것에 대해 그는 "내가 자신들의 아픈 부분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수석이 여권의 '키맨'으로 여겨지는 것은 그가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를 받는 친박 핵심인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검찰이 연일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숨겨진 재산을 추적하고 주변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데 대해 그는 마음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는 한때 전 전 대통령의 가족이었다. 전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재임 중이던 1985년 장녀와 결혼한 그는 20년 만인 2005년 이혼했다. 그리고 초선 의원시절이던 2010년 재벌가(롯데)의 사위가 되면서 다시 세인의 부러움을 샀다.

윤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과는 수시로 소통하는 사이다.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까지 사석에서 박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윤 수석밖에 없었다. 물론 윤 수석은 이에 대해 "술 한잔했을 때"라고 전제를 달았다.

그는 "마음속의 큰누님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말씀드린다"며 "어떤 때는 야단도 맞고 꾸지람도 듣지만 한 번도 '레이저 빔'을 맞은 적은 없다"고 '농담 삼아' 말했다. 그래선가 당시 정치권에서는 다소 거북한 이야기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해야 할 때는 윤 수석에게 부탁하는 중진의원들도 꽤 있었다.

-박 대통령과의 인연은 언제부터인가

"사석에서는 큰누님이기도 하지만 공식 석상에서는 '대통령님'이라고 깎듯이 잘 모시고 있다.

처음 만나뵌 것이 2002년 경기도 하남 재보선 때였다. 그때 제가 공천을 신청했는데 떨어졌다. 1등이었는데 여러 정치적 사정 때문에 공천을 받지 못하자 애석하게 생각하시면서 점심을 함께하게 됐다. 그것이 첫 인연이다.

그러고는 2004년 총선 때 당 공천을 받아 인천 남구에 출마했는데 424표 차로 낙선했다. 그때는 박 대통령이 당 대표였다. 당시 선관위가 후보자 선거공보에 저를 세금 체납자로 잘못 기재해서 그것에 대해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그 후 꾸준하게 외교안보 쪽 조언도 해드렸고 2007년 후보 경선 때 조직단장으로 열심히 도와드렸다.

경선에 떨어지고 나서 '우리 5년 후에는 반드시 이길 수 있다. 조금만 참읍시다. 이명박 대통령 열심히 돕고 5년 후를 기약합시다'라고 하자 박 대통령께서 제가 자랑스럽다며 격려해주셨다.

저는 좋은 얘기 거북한 얘기 다 한다. 대선 때도 5'16에 대해 아무리 혁명적인 경제변화를 가져오고 가난과 부패, 북한으로부터의 위협 이런 것에 대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잘하셨다고 해도 군사정변이라는 것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드리기도 했다.

요즘 내가 열심히 뛰려고 하는 것은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일이자 내 일'이라는 소명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윤상현당'이라는 말은 과장된 것이겠지만 최 원내대표나 원내대변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윤 수석만 보인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모든 것을 맡겨주는 스타일이다. 믿음이라는 것은 오랫동안 박 대통령을 함께 모시고 활동해왔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것이다. 최 원내대표는 인간미가 있는데다 이해심도 있어 가장 호흡이 잘 맞다. 저를 믿고 맡겨준다. 세세한 것은 상의하지 않지만 공감대를 갖고 있다.

대변인은 자기가 알아서 자기 일을 찾아야 한다. 나도 2008, 2009년에 당 대변인을 거쳤다."

-얼마 전 야당에 대해 한 지붕 두 가족이라며 정계 개편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향후 정국을 전망해본다면.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나섰을 때 야당발 정계 개편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그것은 계파에 떠밀려 지도부가 협상하다 말고 장외로 뛰쳐나가는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 이상의 정치적 의미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10월에 재보선이 상당한 규모로 치러질 수밖에 없고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움직임도 있다.

어떤 모습이든 정치권에 변화가 있을 조짐은 분명해 보인다. 역대 정치권의 개편 과정을 보면 예상을 크게 빗나가고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될 때가 많았다.

언론에서 자꾸 무당파가 몇십%다, 안철수 의원에 대한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배가 넘는다고 하고 있다. 정치권이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다. 정치 변화에 대한 예측은 귀신도 하지 못한다. 정치라는 것이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정치는 아직도 예측 가능성이 없다."

-박 대통령이 휴가에서 복귀한 직후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폭적인 청와대 개편을 단행했다.

"정무수석에 대해서는 정치인과 언론인 출신이 아니라는 것을 발표 직전에 알았다. 나머지는 몰랐다.

박준우 정무수석이 박 대통령을 처음 만난 것은 2009년 특사로 벨기에를 갔을 때라고 한다. 박 대통령께서 박 정무수석에게 '새로운 선진 정치문화'를 말씀하셨는데 그것을 염두에 두시고 인선하신 것 같다. 외교관 출신이지만 역할을 잘할 것으로 기대한다.

청와대와 당청 관계는 잘 소통되고 있다. 그동안에도 특정 사안이 발생하면 각기 다른 통로를 통해 소통해왔다.

정책과 관련해서는 김기현 정책위의장, 당 문제와 관련해서는 황우여 대표, 원내 문제와 관련해서는 최경환 원내대표와 소통하는 식이다. 나도 그 같은 시스템의 일각이다. 거기에서 실세니 연결고리니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표현이다."

-이 정부가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려는 것 같다.

"여의도 정치와 떨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박 대통령께서는 여의도 정치 돌아가는 것에 대해 잘 알고 계신다. 이번에 세제개편안 논란이 일자 박 대통령께서 며칠 만에 '서민 중산층의 유리지갑을 얇게 했다면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여당 내에서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을 바로 담아서 지시한 것이다. 그것을 보면 여의도 정치에서 멀리 있지 않다.

정무 라인이 부족했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경제 라인보다는 정무 라인이 잘 돌아간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김기춘 비서실장 기용에 대한 논란이 가시지 않았다.

"김 실장에 대해서는 왕실장이니 부통령이니 하는데 그것은 야당이 부통령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아닌데도 들어오자마자 '부통령'이 됐다. 그분은 기본적으로 자기 분수를 아시는 분이다. 비서실장도 비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물론 우리(친박계 인사)하고 선'후배 사이여서 그분의 말씀을 훨씬 더 존중해야 하는 그런 면이 있기는 하다."

-내년 지방선거 전망은 어떤가.

"대통령 지지율이 64~65%로 높은 반면 당의 지지율은 낮다. 내년 지방선거는 박 대통령과 여당의 1년을 평가하겠다는 유권자의 심리를 반영할 것이다.

그렇게 보면 내년 지방선거의 최대 쟁점은 경제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예전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아버지)부시 전 대통령에게 '문제는 경제야'라며 공격했듯이 내년 선거는 우리 삶이, 우리 경제가 더 좋아졌느냐가 주 포인트가 될 것이다.

내년 수도권 선거는 만만하지 않다. 경쟁력 있는 후보 내보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컨센서스가 있다. 올 후반부나 돼야 윤곽이 나올 것이다. 인재영입위원회도 구성할 것이다."

-윤 수석 본인도 인천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일단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언제까지 갈지도 모르는 것이다. 열심히 소신껏 일하다가 책임질 일 있으면 치고 나갈 수도 있다.(이 대목에서는 윤 수석도 인천시장에 나갈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정치상황이라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 내 목표는 박근혜정부의 성공과 새누리당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하는 것이다."

서울정경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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