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안팎에서 국정조사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과 공공의료 정상화 등 각종 현안에 대한 국정조사가 열렸지만 별다른 결실 없이 끝나며 정치력만 낭비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16일 국조 특위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규명하고자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켰다. 한 차례 출석을 거부했던 두 사람은 이날 청문회에 나왔지만, 진행 중인 형사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증인선서를 거부했다. 국정조사 제도가 시작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청문회 내내 두 사람은 검찰의 공소장 내용과 의혹에 대해 대부분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했다.
지난달 13일 활동을 끝낸 공공의료 국정조사 특위도 소득 없이 끝났다. '공공의료 정상화 마련'이라는 애초의 목표보다는 증인채택을 둘러싼 여야 공방전이 계속되면서 진주의료원 폐업사태의 사실 관계 파악은 뒷전으로 밀렸다. 증인으로 채택된 홍준표 경남지사는 끝내 출석하지 않았다. 공공의료 국조 특위가 내놓은 결과보고서는 이달 12일 본회의 상정을 시도했으나 의결이 무산됐다.
이처럼 국정조사가 '용두사미'식으로 반복되면서 국정조사가 여야의 정쟁 도구로 전락, 행정부 견제 기능을 상실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987년 국회의 국정조사권이 부활한 이후 시행한 국정조사는 총 21건이지만 결과보고서를 채택한 경우는 8건이다. 18대 국회에선 미국산 쇠고기, 쌀 직불금, 저축은행 비리 문제로 3차례 국조가 시행됐지만, 2008년 있었던 쇠고기 국정조사는 파행만 반복하다 흐지부지 끝났다. 쌀 직불금 국정조사 역시 두 차례나 조사기간을 연장했지만, 자료 제출 등 문제로 논쟁만 벌이다 끝났다. 16대 국회는 세 차례 국조에서 단 한 번도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15대 국회와 14대 국회도 각각 평화의 댐과 율곡비리, 한보비리 국조를 진행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그나마 삼풍백화점 붕괴나 IMF 구제금융, 이라크 고 김선일 씨 사건 등에서처럼 조사 대상의 정치색이 덜했을 때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헌정사상 첫 국정조사'라며 호들갑을 떨던 국정원 국정조사조차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자 정치권 내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은 18일 "애초에 정쟁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 사안을 국정조사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파행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민주당 신경민 의원도 "위원들의 질의시간이 짧아 사실상 시늉만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정조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달 16일 국조에 출석한 두 증인이 증인 선서를 거부하자,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거짓말을 얼마나 하려고 증인선서를 거부하느냐"고 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증언을 강제하거나, 위증을 처벌할 방법은 없다. 진실을 찾으려고 열린 청문회가 의혹만 커지게 된 것이다.
'결정적 한 방'을 날리지 못한 민주당은 벌써 '특검' 카드를 내놓을 기세다. 문재인 의원은 18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4주기 추도식에서 "국조로 제대로 진상이 규명되지 않는다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끝까지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엔 양승조 최고위원과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가세했다. 당 지도부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국정조사가 23일로 끝날 경우에 대비해 특검 도입에 긍정적인 눈치다.
여야가 정치적 상황이 불리해질 때마다 주장하는 명분뿐인 국정조사'특검에 대한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정기국회 개원을 2주 앞둔 상황에서 공방전을 가속화 할 특검이 새로운 전략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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