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섹시 개그우먼에서 영화배우로 곽현화

에로배우<아티스트 봉만대> 맡아 애드리브 척척…실감 연기에 감독님도 깜짝

# 이화여대 수학과 전공 살려

# 중학생 대상 모바일 강의도

# 내용 갖춘 '입심' 기대하세요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대학교 중 하나인 이화여대에서 수학을 전공한 학생, 섹시한 개그우먼에 이어 영화배우까지. 만능 엔터테이너 곽현화(33)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곽현화는 KBS2 TV '개그콘서트'에서 예쁘고 섹시한 몸매와 얼굴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물론 비난을 동시에 받기도 했다. "왜 저래?" "학교는 물론 여자 망신까지 다 시키네!" 등 많은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은 어떤 대표자가 아니라고 당당히 말한다. "좋은 선배라는 말도 듣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곽현화는 과거 자신을 향해 쏟아진 섹시 이미지에 대해 또다시 물어보는 것에 대해 싫다거나 지겨워하지 않았다. "섹시한 이미지로 나올 때 '내가 섹시 콘셉트야'라고 정의 내려 본 적 없다"는 그는 "다른 개그우먼들과 비교되는 역할을 하다 보니 그렇게 불리기 시작해 이어져 왔다"고 회상했다.

"처음에는 몰랐죠. 옷 같은 게 주목받으면서 낙인 아닌 낙인이 찍힌 게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그렇게 인식했을 때 '저 그런 여자 아니랍니다' 하는 것도 웃긴 것 같고, 솔직히 과거 반응이 열광적일 때 '이게 뭘까?'라고 생각했죠. 신인으로서 그 반응이 재미있었고, 싫지도 않았어요. 시청자들의 반응을 즐겼던 것 같아요."

이제는 해탈한 듯하다. 그는 대중의 관심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다양한 것들에 관심이 더 많다고 한다. 이를테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가지를 공부하고 싶다는 것. 최근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는데 "세상을 너무 한 면만, 좁게 바라보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털어놓는다.

"예전에는 '나는 스타가 되고 싶어' '대중의 관심을 받고 싶어'라는 마음이 컸다면 이제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일과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사람들이 '넌 섹시한 콘셉트로만 가려고 하잖아'라고 하면, '그래서 뭐 어쩔 건데?'라고 생각해요. 할 수 있는 한도에서 발을 점점 넓혀보고 싶어요. 연극도 해보고 싶고, 공부도 하고 싶어요. 학사만 따면 됐다고 생각했는데 철학이나 사회학 공부도 하고 싶어졌어요. 지금은 사회학으로 많이 기울었지만요."(웃음)

요즘은 섹시 이미지가 누그러진 듯하다. 다른 이들에게 빼앗긴 인상이라고 할까?

"클라라 씨나 박은지 씨한테 섹시 이미지를 빼앗긴 것 같다고요? 두 분 모두 귀엽고, 예쁘신 것 같은데 전 질투 내진 않아요. 섹시하다는 느낌이나 건강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널리, 많이 퍼트리면 좋은 것 같거든요. 호호호."

이제 개그는 내려놓고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최근 개봉한 영화 '아티스트 봉만대'(감독 봉만대)에서 에로배우 역을 맡았다. 일반 대중이 알 수 없었던 에로 영화 촬영현장과 뒷이야기를 리얼하고 유쾌하게 다룬 작품이다.

곽현화는 전작 '전망 좋은 집'에서 섹시한 이미지를 보였는데, 두 번째로 출연하는 영화에서 또 벗어야 하는 게 우려스럽진 않았을까?

그는 "대사에도 있지만 무작정 벗기려고 하는 감독님이 아니라 장면 하나하나에 혼을 담는다는 생각이었다"며 "영화 흐름상 필요한 것들이었다. 나나 다른 여배우들도 다 그렇게 생각했다"고 웃었다.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는 봉만대 감독님 작품인지 몰랐어요. 감독님을 굉장히 만나보고 싶었는데 잘 됐다 싶었죠. 봉만대라는 이름 석 자만 알고 있었거든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을 재미있게 보고 감독님이 무척 독특한 분이라는 생각을 했었죠. 전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사람이 좋아요. 시사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도 자기 색깔 가진 사람을 만나는 건 흥미로웠거든요. 봉만대 감독님은 에로 영화를 예술로 승화시킨 독보적 인물이라고 생각했죠."(웃음)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에로영화를 찍는 내용을 담은 '아티스트 봉만대'에서 곽현화는 '곽현화'라는 이름으로 출연한다. 극 중 상대배우 여현수가 개그우먼 출신이고 벗는 연기나 한다고 무시하자, 곽현화가 욕을 하며 거칠게 싸우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상황인 것만 같다. 순발력과 재치로 애드리브 상황을 이어갔다.

"그 장면은 다들 깜짝 놀라세요. 구체적인 상황은 현수 씨와 제가 정말 많은 얘기를 한 뒤에 나온 거예요. 과거의 삶부터 해서 어떤 게 힘들었는지 등등 둘이서 거의 토크쇼처럼 깊은 이야기를 했죠. '컷' 소리가 나고 감독님이 '너희 왜 진짜 싸워'라며 놀라시더라고요. 호호호."

곽현화는 봉 감독이 그를 캐스팅하기 위해 만났을 때 에피소드도 전했다. 봉 감독이 자신을 도발했다는 것. "감독님이 '너 섹시하지도 않은데 왜 섹시한 척하느냐'고 하시더라고요. '아니, 왜?'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게 힘 좀 빼고 있으라는 얘기였던 거예요. 그런 얘기를 들으니 좀 더 연기하기 편해졌죠."(웃음)

곽현화는 또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전공을 살려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예정이다. 최근 중학교 1~3학년 내용의 모바일용 강의를 녹화했고, 올 겨울방학 기간에 출시된다. 하루 7시간씩 떠들며 알찬 내용을 전하려 했다고 한다.

"이 강의가 시선을 끌 수 있겠다는 말을 하는데 그게 또 딜레마죠. 내용이 잘 받쳐줘야 하니까요. 솔직히 말로 사람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아요. 현장에서 오래 강의한 사람도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카메라와 익숙하니 논다는 기분으로 정말 열심히 했죠. 교육과 연기에 관심이 많은데 두 방면에 집중해서 일할 생각이에요."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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