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으로 금메달을 따 일본 도쿄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리고 싶습니다. 열심히 운동해서 꿈을 이루겠습니다."
이달 10일 오후 대구 중구 남산동 경북공고 레슬링부 체육관은 몸을 푸는 레슬링부 학생들의 기합소리로 활기가 넘쳤다. 스트레칭과 앞구르기 등으로 몸을 푼 학생들은 서로 마주 보고 서서 각종 기술들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매일 반복되는 훈련과 연습에도 이들은 연방 "파이팅!"을 외치면서 힘을 내며 훈련에 몰두했다.
2학년 박진성(18'그레코로만형 85㎏) 군은 그라운드 기술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박 군은 "경기 때 점수를 내거나 잃지 않으려면 지금 연습하는 기술들이 필수"라며 "힘든 운동이지만 경기에 나가 우승할 생각에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 연습 뒤에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스파링(모의 경기) 훈련이 이어졌다. 훈련이 매우 활기가 넘치는 이유는 9일 레슬링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다시 채택되면서 자신들의 목표가 다시 생겼기 때문이다.
◆초상집 분위기였던 '그날'
레슬링이 다시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선정되면서 각 학교 레슬링부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퇴출됐을 때 침체됐던 분위기와 달리 2020년 도쿄올림픽과 2024년 올림픽까지 계속 레슬링이 정식종목으로 선정되면서 레슬링을 연마하는 학생들은 '올림픽 메달'이라는 큰 꿈을 다시 꾸며 운동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경북공고 레슬링부는 지난 7월 제38회 KBS배 전국레슬링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해 종합 단체전 준우승을 한 실력 있는 레슬링부다. 하지만 이들도 지난 2월 레슬링이 2020년 도쿄올림픽 정식종목에서 탈락했을 때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였다.
일부 학생들은 "다른 운동을 해야 하나"라며 고민하기도 했다. 1학년 김진환(17'그레코로만형 69㎏) 군은 "레슬링이 정식종목에서 사라진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가 '유도나 다른 격투기 운동으로 종목을 바꿔보는 건 어떠냐'고 말씀하셨다"며 "하지만 레슬링이 주는 매력이 다른 운동보다 커서 포기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경북공고 레슬링부 황상호 감독도 레슬링이 정식종목에서 제외된다는 소식을 듣고 걸려온 학부모들의 전화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황 감독은 "올해 초 학부모들의 '레슬링을 그만두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스러운 질문에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학부모들을 설득했다"고 했다. 황 감독의 설득이 통했는지 경북공고 레슬링부 학생들 가운데 운동을 그만두겠다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더 재미있어질 레슬링 기대해 주세요"
상황은 반전됐다. 이달 9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 총회에서 레슬링이 2020년 도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지정되면서 분위기는 뒤바뀌었다.
1학년 김기성(17'그레코로만형 120㎏) 군은 "레슬링부원들이 모여서 IOC 총회 결과를 같이 봤는데, 레슬링이 정식종목으로 지정되자 모두들 축제 분위기가 됐다"고 했다. 이번 결정이 레슬링을 하는 모두에게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레슬링부 주장인 3학년 김형원(19'자유형 85㎏) 군은 "레슬링부원 모두에게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는 목표와 각오가 생겼다"고 했다.
요즘 레슬링부원들은 기술 연습에 더 중점을 두고 훈련한다. 레슬링의 규칙이 변경되면서 다양한 기술을 써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선수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레슬링연맹(FILA)이 2013년에 개정한 레슬링 규칙에 따르면 종전의 3세트 중 2세트를 이긴 선수가 우승하는 세트제에서 1회전당 3분씩 2회전을 치러 총점이 높은 선수가 이기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또 패시브 규정이 패시브를 받는 선수가 30초 이내 점수를 내지 못하면 상대선수가 점수를 획득하는 등 수비에 치중하는 선수에게는 불이익이 돌아가는 규칙으로 변경됐다.
황 감독은 "변경된 규칙으로 열린 최근 경기의 경우 진행도 빠르고 심지어는 5점 이상의 큰 점수차이인데도 단숨에 역전승을 거두는 등 경기가 예전보다 훨씬 역동적으로 변했다"며 "앞으로 레슬링 경기가 더 재미있어질 테니 기대해달라"고 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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