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TV 한국영화특선 '1번가의 기적' 22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재개발의 막중한 임무를 띠고 고급 세단을 끌며 폼 나게 1번가에 나타난 날건달, 필제. '천하의 나쁜 인간'이 되어 피도 눈물도 없이 마을 사람들을 밀어내려 단단히 맘을 먹었건만 도착한 첫날부터 맞닥뜨린 여자 복서 '명란'을 비롯하여 예측불허의 마을 사람들로 인해 필제의 계획은 꼬이기 시작한다.
버스보다 발이 빠르고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명란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와 동생을 돌보면 서도 아빠에게 자랑스런 딸이 되기 위해 동양 챔피언의 꿈을 다지며 꿋꿋하게 살아간다. 이런 명란과 사사건건 엮이게 된 필제는 재개발은커녕 명란의 뒤치다꺼리하기에 바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필제가 하는 짓들이 마냥 신기하기만 한 일동, 이순 남매는 순수함으로 필제를 제압하고, 그를 두려워하기는커녕 일까지 시켜먹는 마을사람들로 인해 필제는 동네의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게 된다. 급기야 그는 동네 아이들에게 날건달이 아닌 슈퍼맨으로 통하기에 이르는데… .
'마을 접수'라는 애초의 목적 달성에서 점점 멀어져만 가는 필제, '동양챔피언'의 꿈을 향해 계속 달리는 명란, 그리고 각자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 '1번가' 사람들. 서로간의 묘한 유대감을 쌓아가면서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이 상황에서, 필제는 과연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 것인가?
윤제균 감독의 '1번가의 기적'은 포복절도할 웃음을 선사하지 않는다. 단지 빙그레 쓴웃음을 짓는 장면이 자주 등장할 뿐이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더욱 깊은 웃음의 의미를 생각나게 한다. 이 영화는 참으로 무거운 내용을 다루고 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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