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도 여성은 일하고 남성은 배 깔고 누워 있었을까.
남녀평등, 나아가 여성 상위시대 이야기도 나오지만, 민족의 명절만큼은 예외라는 부끄러운 자화상이 나타났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17일 발표한 여성가족부의 가족실태조사(5년 단위)에 따르면 명절 가사 일의 95%가 여성 몫으로 나타났다. 5% 정도가 남성이 일한다고 밝혔는데 쉽게 환산하면 여성이 남성에 비해 20배 가까이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에 의하면 '명절에 주로 일하는 사람'을 물으니 '여자들이 주로 일 한다'는 응답이 62.3%, '며느리들이 주로'가 32.7%, '남녀같이'가 4.9%로 나왔다.
그렇다면 명절 말고 평소에는 남성들이 얼마나 가사 일을 분담하고 있을까.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지역별 성 평등 수준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하루 평균 여성의 가사 시간은 186분, 남성은 38분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3시간 이상 집안일을 하는데 남성은 한 시간도 가사 일을 돕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대구는 남성이 하루 평균 32분 정도 집안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전국 평균치만큼도 되지 못했다. 오히려 남성의 가사 전담 시간이 가장 적은 도시 중 하나였다.
남녀 구분없이 공평하게 가사를 분담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통계청의 '2012년 사회조사 보고서'를 보면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보는 의견은 37.5%로 성별로는 여성이 50.7%, 남성이 33.0%로 큰 격차를 보였다. 특히 가사 분담에 대한 의식조사에 비해 실태조사는 더 큰 차이를 보였는데 실제로 '공평하게 분담하고 있다'는 응답은 남성이 16.1%, 여성은 15.5%에 그쳤다. '여성이 주도하고 있다'는 응답은 남성 80.5%, 여성 81.9%로 나타났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 우리나라 남성은 가사노동에 시달리지 않는 나라로 꼽히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조사한 '한국의 성 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무급노동시간은 일일 평균 45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짧았다. 여성은 노르웨이 (225분) 다음으로 한국(227분), 중국(234분), 덴마크(243분), 핀란드(245분) 순으로 가사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재근 의원은 "여전히 가사분담에 있어서 여성이 기대하는 만큼 남성이 도움을 못 주고 있다"며 "온 가족이 따뜻한 정을 나누는 명절에 자칫 가사일 분담 등으로 인한 다툼이 큰 갈등으로 확대될 수 있는 쉬운 시기"라고 지적했다.
실제 통계청이 최근 5년간 이혼율을 살펴보니 명절 직후 이혼건수가 급증했다. 명절 직후인 2, 3월과 10, 11월 이혼건수가 바로 직전 달과 비교하면 평균 11.5%나 많았던 것이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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