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역사는 중간 보고서다." 아놀드 토인비의 '문명의 생성과 소멸 법칙'을 '선택적 증거에 의한 짜맞추기 역사 서술'이라고 비판해 유명한 네덜란드 역사가 페테르 헤일(Peter Geyl)의 말이다. 과거의 인간 경험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 서술은 과거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향한 불완전한 시도의 영원한 반복일 수밖에 없다.
중간 보고서로서의 역사의 숙명을 잘 보여주는 예가 구 소련이다. 소련의 공식 역사 서술은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유물사관을 충실히 따랐다. 그 결과 마르크스'레닌주의 역사 법칙에 어긋나는 사실들은 '예외적 일탈'로 철저히 무시됐다. 하지만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으로 서구의 역사 서술을 접하게 되면서 소련 국민은 공식 역사와 비공식 역사 간에 얼마나 큰 괴리가 있었는지 고통스럽게 깨닫게 됐다.
이에 대한 고르바초프의 처방은 단호했다. 역사학자들이 '개방'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 때까지 과거의 공식 역사를 청소년들에게 가르치지 말도록 금지령을 내렸다. 그런 다음 그는 소련 전국의 고교 역사 시험을 취소해 버렸다. 이에 대한 그의 설명은 참으로 솔직했다. "학생들의 거짓말 지식을 시험해 보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런 일은 학문의 자유가 보장된 프랑스에서도 있었다. 1989년 프랑스 대혁명 200주년 축하 기간 동안 1789년 바스티유 감옥 공격에서 1793년 루이 16세 처형까지의 혁명적 사건의 원인과 특징을 놓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그러자 프랑스 교육 당국은 그해 중학교 시험 문제에서 프랑스 혁명이란 주제를 빼버렸다.
이들 사건은 어떤 수정도 불허하는 '완성된 역사'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드물긴 하지만 '최종 보고서'로서의 역사도 분명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6'25는 스탈린의 사주에 의한 김일성의 남침'이란 사실이다. 이는 냉전 종결과 함께 소련 비밀문서가 공개되면서 움직일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 됐다. 그런데도 좌 편향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들은 쓰레기통으로 던져진 지 오래인 수정주의자들의 '6'25 남북 공동 책임론'으로 청소년들의 머리를 오염시키려 하고 있다. 역사의 진실에 눈감은 학비(學匪)들의 이 같은 지적 사기를 일소하는 일,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건전한 시민들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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