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학물질 취급 업체들 안전 불감증 여전

불산가스 누출 사고 1년

오는 27일로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을 맞는 가운데 화학물질 취급 업체들의 안전 불감증은 여전하다. 사고 이후 환경부는 안전점검에 나섰지만 화학물질을 다루는 업체들은 반복해서 환경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

◆위반 반복…안전 불감증 여전

휴대전화 케이스 코팅 중소기업인 대구 달서구 호림동 A업체는 지난달 1일 점검에서 오염물질인 총탄화수소의 대기배출 농도가 902ppm으로 배출허용기준(40ppm)을 초과했다. 매달 자가 측정도 무시했다. 이달 17일부터 27일까지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아 공장이 멈춘 상태다. 두 달 전인 6월 25일 점검에도 총탄화수소가 151.2ppm이 검출돼 배출허용기준 초과, 개선명령을 받았다. 5월 20일에는 '미신고 대기배출시설 설치운용'으로 적발돼 고발조치를 당했다. 코팅도장시설을 설치하면서 미리 신고해야 함에도 무허가로 운영해왔던 것. 지난해에도 2차례 환경규정 위반으로 적발된 바 있다.

동구 방촌동의 식료품 제조업을 하는 B업체는 지난달 2일 점검에서 '배출시설 설치허가 미이행'으로 적발됐다. 특정수질유해물질인 페놀과 구리가 폐수의 원수와 방류수에서 검출됐기 때문이다. 폐수 원수에선 페놀과 구리가 검출됐고, 방류수에선 구리가 나왔다. 허용 기준치를 밑돌았지만 허가를 받지 않은 특정수질유해물질 방류로 과실 세척 공정 폐쇄명령을 받았다. 지난해 1월에도 개선명령을 받은 바 있다.

달서구 대천동의 C업체도 지난달 1일 점검에서 적발돼 경고를 받고 과태료 200만원을 냈다. 대기오염 방지시설의 고장을 방치하고 부식으로 훼손된 부분을 제때 보수하지 않았다. 5월 3일 점검에서도 '방지시설 미가동'으로 조업정지 10일이라는 행정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6월에는 '화학물질 사용대장 미기록'으로 과태료 120만원을 냈다. 달서구 녹색환경과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업체에는 화학물질을 관리할 전담직원이 부족해 총무를 맡은 직원이 화학물질 관리를 병행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화학물질 안전지대 없어

대구시에 등록된 유독물 취급업체는 모두 386곳이다. 이 중 서구가 전체 43%인 166곳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달서구 98곳(25.4%), 북구 54곳(14%), 달성군 32곳(8.3%) 등의 순이었다. 이들 업체는 서대구공단과 비산염색공단, 성서공단 등 대부분 공단에 입주해 있지만 주변에 아파트 단지 등 주민 생활공간이 가까워 위험에 노출돼 있다. 공단이 없는 중구의 경우 주택가와 상가 주변에 20곳의 유독물 취급업체가 몰려 있다. 이 중 서문시장 등 유동인구가 많은 중구 서문로 1'2가에 11곳에 영세판매업체가 집중돼 있다.

서구와 달서구는 유독물 취급업체 중 제품생산에 유독물을 사용하는 업체(사용업) 비중이 각각 54.8%와 50%로 제조'판매'운반업보다 높았다. 이는 열처리 및 혼합 공정 등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산(飛散) 화학물질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창틈이나 환기구, 밸브 등에서 새어나오는 비산 화학물질은 대기오염방지 시설을 거치지 않은 채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가기 때문에 지자체와 환경 당국의 점검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대구의 2011년 화학물질 배출량은 1천893t으로, 50~60%대인 비산 배출 비율로 미뤄보면 화학물질 950~1천100t가량이 정화되지 않고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9월 구미 불산가스 사고 때 누출된 불산(8t)의 120~140배가 넘는 양이다.

산업단지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공간도 화학물질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생활 속에서 배출되는 유해화학물질이 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양보다 많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2010년 대구지역 비점오염원 화학물질 대기배출량은 5천771t으로 같은 해 대구 산업단지의 화학물질 배출량인 1천561t의 3.7배나 됐다.

백성옥 영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화학물질 원료에서부터 생산과 유통, 사용, 폐기물에 이르기까지 환경오염물질의 발생을 추적할 수 있는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마련된 환경규제에 대해서 산업계가 반발할 수 있지만, 환경기술 수준이 높아져야 장기적으로 국제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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