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못 고치는 선풍기는 다른 사람도 못 고칠 걸요. 고치는 사람 있으면 데리고 오세요. 여기 있는 선풍기 다 드릴게요."
대구 남문시장에서 소방도로로 들어가면 '천일설비'라는 조그만 점포가 있다. 수도, 보일러 등을 수리하는 집 아닌가 생각되지만 사실은 '선풍기 박사' 장천일 씨가 운영하는 선풍기 수리점이다. 2평 남짓한 점포에는 선풍기들이 빽빽이 자리 잡고 있다. 보이는 선풍기는 모두 중고품이고 새 선풍기는 한 대도 없다.
"여기 있는 선풍기는 50년 전 100V 전기를 쓰는 제품부터 올해 새로 나온 제품까지 모두 200대는 넘을 거예요."
그는 오래된 선풍기를 고치기 위해 쓸 수 있는 부속은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아 두고 있다. 선풍기 주변에는 갖가지 부속들이 이리저리 걸려 있다. 보는 사람들 생각에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 찾기도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 다 알고 있다. 매일 한 바퀴씩 돌면서 같은 것끼리 분류하고 녹슬지 않게 닦고 손질하다보면 자연스레 안다는 것.
기자가 찾아간 날 이웃에 사는 할머니(86) 한 분이 고장 난 선풍기를 들고 고치러 왔다. 나사를 풀고 전선을 갈아 끼우고 하더니 10여 분 만에 뚝딱 고쳤다.
"얼마 드릴까요." "잠시 손 놀리고 돈 받을 수 없지요. 그냥 가세요."
그는 동네 어르신들에게는 새 부속이 안 들어가면 수리비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인지 여름에 손님이 많이 올 때는 하루에 10명 넘게 찾아온다고 한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선풍기는 다 고칠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점포에서 일을 돕던 그의 아내는 매일 힘들게 닦고 정리하고 하면서 주는 돈도 안 받고 그냥 보내는 남편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는 버려지는 고물 선풍기를 모아 수리해 양로원, 어린이집 등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있다. 올해도 37대나 공짜로 나누어 주었다.
글'사진 안영선 시민기자 ay5423@hanmail.net
멘토'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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