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상 백일장] 수필-요양 병실의 향기

- 장미영(대구 달성군 다사읍)

할머니 여덟 분이 침대 한 칸씩 나란히 앉아 식사 시간을 기다리신다. 간병인 아줌마가 목에 앞치마를 일일이 채워 주지만 건너편 치매 할머니는 스카프인 줄 알았나 보다. 목에 둘둘 말아 예쁘게 묶는다. 앞에 앉은 할머니는 "지랄도 왜 저카꼬 얼른 앞에 메라"고 하신다.

간병인 아줌마가 식사를 일일이 나르고 "맛있게 드세요" 하기가 무섭게 잘 잡수시는 데 집중하다 덜거덕덜거덕 한 분 두 분 숟가락을 놓으며 "오늘은 왜 이리 싱겁노, 밥 맛이 없다. 목에 안 넘어간다"고 한마디씩 하신다.

우리 어머님도 목에 안 넘어간다고 연신 물만 마신다. 제각기 아픈 곳도 여기 오신 이유도 다 다르시겠지만 이 방 안에서는 한 식구가 된다. 건너편 치매 할머니가 제일 늦게 먹고 있으면 입이 빠르신 작은 할머니가 빨리 먹으라고 재촉하시며 챙겨주신다.

허리가 꼬부라진 분이 다리 못 쓰시는 분의 휠체어도 밀어주시고, 하반신을 못 쓰시는 분은 잔심부름도 곧잘 해 주신다. 서로 제각기 불편한 몸이지만 조금씩 도와가며 하루하루를 보내신다.

이렇게 병원 신세를 지면서도 자식에게 짐이나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그 마음을 자식들은 어찌 알까. 몸은 늙어 여기저기 고장 나 있고 내 마음대로 화장실도 못 가는 신세지만 자식에게 짐이 될까 봐 얼마나 마음 졸이실까.

가끔 오는 자식들이 보고 싶어 문쪽만 바라보는 모습이 애처롭기 그지없어 마음 한 구석이 짠하기도 하다. 정이 그리워서 한마디만 붙여도 자식 자랑, 손주 자랑 하시느라 얼굴에 환한 웃음이 아이같이 밝아지신다.

힘든 시절 산전수전 다 겪고 치열한 삶을 살았을 텐데 이곳에 계시는 동안은 자식에게 짐 된다는 생각 그만 하시고 마음 편하게 지내시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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