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심의 세계] 박방희 시인의 5번째 동시집…'날아오른 발자국'

날아오른 발자국/ 박방희 지음'이지연 그림/ 청개구리 펴냄

"동심의 환상적 세계를 맛보며 더 나아가 깊고 높은 삶과 우주의 진리를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박방희 시인의 다섯 번째 동시집이다. 시인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동시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한편 말 맛을 잘 살려 쓴 시어 속에 진지하고 깊은 의미를 불어넣어 문학성 짙은 동시세계를 구현한 시인으로 높이 평가받아 왔다. 그동안 펴낸 네 권의 동시집도 저마다 독특하고 개성 있는 시 세계를 선보이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시 세계가 이번 동시집에 이르러서는 한층 더 농익고 절정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시인이 머리말에서 "불교 내지 동양적 사유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썼다"고 밝히고 있듯이 그의 동시가 불교적 상상력과 동양적 사유를 만나 보다 완숙한 경지의 시 세계를 구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 속에는 기막힌 발상의 시들이 많다. 예를 들면, '알맹이는 소리하고 가고/ 덩그러니 빈집만 남았어요.'('매미 허물')는 곤충이 되어 날아간 매미를 '소리하고 갔다'고 표현한다. 매미 허물을 매미가 비운 빈집으로 표현하는 발상 자체가 기발하기까지 하다.

흔히들 한 권의 시집 속에서 좋은 시는 반타작도 하기 힘들다지만 박 시인의 이번 동시집에서는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흘려버릴 수 없을 만큼 높은 시 정신을 구가하고 있다. 동심에서 출발한 시적 탐색이 불교와 동양 사상에 이르러 시와 동심을 함께 아우르는 형국이다는 평가도 가능해 보인다.

문학평론가 김경흠은 이 책에 대해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과 감각에서 우러나오는 천진함과 능청스러움을 다양한 변주를 통하여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삶의 깊은 뜻이 담긴 동시를 불교적 상상력과 동양사상을 핵심으로 해서 수준 높게 구현해내고 있다. 이것은 시인의 관심이 다양해지고 깊어졌음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시집은 후루룩 날아오르는 발자국 같은 시, 바람이 외는 풍경 같은 시, 하늘로 튀어오르는 공 같은 시를 지향하고 있다. 111쪽, 9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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