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1958년 그리고, 2013년의 '평행이론'

진보당은 정권 교체를 위해 야권연대를 실현하고, 원내 교섭단체를 목표로 선거를 준비한다. 하지만, 정권과 공안기관에 의해 진보당의 강령과 정책은 북한의 주장과 유사하고, 북한과 접선하고 지령을 받았다며 '마녀사냥'을 당한다. 진보당의 간부들은 체포당하고, 사무실과 각종 서류 및 자료는 압수 수색을 당하는 등의 탄압을 당한다. 그리고 진보당은 정권에 의해 끝내 해산당한다. 1958년 진보당의 이야기다. 그리고 2013년 또 다른 진보당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름이 같아서일까? '진보'의 척박함 때문일까? 다른 시대, 같은 운명을 산다는 '평행이론'의 가설처럼 우리 정치사에 '진보당'은 탄압과 홀대, 그리고 해산이라는 기구한 운명을 가지고 있다. 새 정부 들어 비일비재하여, 이제는 별로 놀랍지도 않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또 발생했다. 지난 11월 5일 화요일 오전 국무회의를 통하여 기습적으로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안'이 의결된 것이다. 그것도 국무회의 책임자인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떠난 동안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통합진보당의 정당 활동 정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까지 헌재에 접수됐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사실상 통합진보당은 '식물 정당'의 처지에 놓이게 된다.

정부에서는 통합진보당이 북한과 연계되어 온 사실이 확인되었고,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한다. 영화 연가시의 한 대사처럼 틈만 나면 나오는 '만만한 북한'이다. 하지만, 이는 입증된 것이 아니라 정황과 추정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른바 내란 음모 사건은 아직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았으며, 우리 헌법은 유죄로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문제를 사과하고 책임을 지라는 요구에는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 보자는 정부와 대통령 아니었던가? 설사 유죄 판결이 나온다 하더라고 일부를 전체와 동일시할 수 있느냐의 문제도 남아 있다. 또 문제 삼고 있는 진보당의 강령도 전신인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이어온 것이어서 그동안 공안 기관은 '직무 유기'를 했거나, 지금 '오버'를 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설령 주장하는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다 하더라도, '해산'이라는 카드를 꺼내 드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입버릇처럼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가장 우선적으로 이야기하는 정부가 사법 재판 이전에 '여론 재판'을,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정당은 오직 국민에게 심판받고, 선택받는다. 또, 정당의 존립 여부는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의 표로 결정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고, 헌법 질서의 기초이다. 생각이 다르다 해서, 소수라 해서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민주주의 기본 절차와 정신이 훼손된다면, 정당이 '정당 아님'을, 노동조합이 '노조 아님'을 통보 받은 것처럼, 결국엔 비판 세력을 '국민 아님'으로 통보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1958년 진보당은 해산당하고, 1959년 조봉암은 결국 사형을 당한다. 조봉암 선생은 "무죄가 안 될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말을 남기고 의연하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갔다. 그렇게 수많은 시간이 흐르고, 2007년 9월 18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에 의해 소위 '진보당 사건'은 이승만이 자신의 강력한 정적이었던 조봉암을 제거하기 위해 날조한 사건으로 밝혀진다. 그리고 52년 만인 2010년 1월 20일에 대법원은 조봉암에게 내린 유죄 판결을 파기하는 것으로 무죄를 판결했다. 비록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의미 있는 역사적 판결이다. 이제 2013년 진보당도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헌법재판소에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하게 되면 헌법재판소에서는 심리를 거친 뒤 180일 이내에 결정을 해야 하고,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해산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이전의 사법부처럼 뒤늦은 '반성문'을 제출하기보다는, 현재의 '숙제'를 충실히 하는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박석준/함께하는 대구 청년회 대표 adultbaby9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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